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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e&Nuturition

좋은 꿈 하나 맡아 드립니다


좋은꿈하나맡아드립니다
카테고리 아동 > 초등1~2학년 > 어린이동화 > 국외창작동화
지은이 고마쓰바라 히로코 (책과콩나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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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용 동화책으로 만들어졌다기엔 좀 연령이 높아야 될 것 같다. 글씨도 크고 책도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색채가 들어가있지 않은 동화책이다. 삽화도 드문드문 나올 뿐더러 흑백으로 나온다-_-;;; 표지에 속았다고 해야할까... 책은 역시 한 번 쯤은 들춰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순간이었다. 뭐 공짜로 받은 책이라서 투덜거리기엔 왠지 사치스럽지만. 어린 아이들이 읽기엔 잔 문장들이 너무 많고, 운율도 없고(물론 번역에 의해 달라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자), 상상력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물론 은행놀이를 하기 전에 이런 책을 (간결하게 줄여서) 읽어주고 아이들이 모르는 내용을 물어볼 때 자세히 설명해 주는 방법을 취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쩝. 결국 나도 아동학과 다니다보니 사고방식이 교과연구로 기울어지는군. 결국 초등학생이나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는 소리다.


 일단 은행을 볼 때마다 속는 느낌이 드는 건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힘들게 고생해서 일한 돈을 조금이라도 더 불리려고 꼬박꼬박 저장해두지만, 현재는 전체적으로 저이자의 시대이다. 은행이 파산할 위기에 처할 때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드는 장면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 모든 장면들을 '꿈은행'은 매우 재미있게 묘사한다. 일단 은행장은 사람이 아니라 중국에서도 나오는 상상의 동물 맥이다. 이 은행에서 다루는 건 돈이 아니라 꿈이다. 좋은 꿈과 나쁜 꿈을 구분해서 좋은 꿈은 이자를 불려서 키우고 나쁜 꿈은 맥의 식량이 된다고 한다. 은행의 공익성을 표현해도 모자랄 판에 굳이 은행의 이익을 표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튼 동화작가의 의도대로 내용은 안정적이다. 그 은행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사건들의 내용이 흥미롭게 펼쳐져있다.

 

 스스로 말하기에도 참으로 거만하고 형식적이기 이를데 없는 생각이지만, 이 책을 읽고서 본인은 프로이트를 떠올렸다.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꿈꾸는 사람들, 그리고 그 꿈을 좀 더 아름답게 꾸며서 사람들이 만족하도록 만드는 맥아저씨. 결국 현실은 차갑고, 냉정하며, 이룰 수 있는 것과 이룰 수 없는 것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그러나 꿈은 좀 더 자비롭다. 물론 여기에서는 과거 자신의 실수를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보상심리도 포함되어 있다. 결국 이런 은행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것도 꿈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쓰고, 자신만의 판타지 세계를 만들고, 우리는 인터넷 속에서 게임 속에서 만화 속에서 처박혀 살아가겠지... 물론 좋은 점도 있다. 만약 꿈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이런 좋은 동화책을 읽으면서 꿈 구슬이 얼마나 예쁠지, 소녀의 꿈 속에 나오는 강아지가 얼마나 귀여울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삽화가 적은 이유도 사람들에게 마음껏 장면을 상상하게 하려는 의도일지도 모른다. 어쨌던 간에 본인은 이 책을 읽고서 실로 오랜만에, 좋은 꿈을 꾸며 푹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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