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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세계 지도의 탄생


세계지도의탄생
카테고리 역사/문화 > 지리학 > 세계지리
지은이 오지 도시아키 (알마,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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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태어날때부터 공간감각이 없어서 오른쪽과 왼쪽도 제대로 분간을 못하던 본인. 지리시간 때에도 남들 다 찾는 강과 산을 찾지 못해서 남들에겐 말 못할 고초를 겪었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선생님에게 물어보지도 못하고 끙끙대던 기억이 있다. 결국 수능 때에도 한국지리를 시험과목으로 택했지만, 선생님이 지도만 그려져있는 부록책을 펼치자고 하면 눈살을 찌푸렸더랬다. 이 책에서 나오는 지도들처럼 그림도 많고 알록달록한 지도, 설명이 풍부한 지도로 공부했더라면 지리 공부에 그렇게 헤메지는 않았을텐데. 판타지 책을 보면 처음에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지도가 딸려나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중세 세계도가 꼭 그런 느낌이었다. 분명 지구의 형태를 그려놓았지만 땅의 형태가 정확하지 않고 들쑥날쑥하다. 게다가 '미지의 땅'에선 여백을 채우려 괴물들이 그려져 있다. 한자만 빼곡히 나열되어 있는 고금화이구역총요도를 제외하고는 여러모로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지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오지 도시아키의 동서양을 총괄한 지혜와 명쾌한 설명 덕분에 처음 접하는 지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단 설명을 재밌게 보려면 목차가 끝나는 부분에 나오는 지도를 여러 번 펼쳐보고 또 펼쳐봐야 하니, 유의하시길. 일단 지도를 확대한 흑백사진들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그걸로는 설명이 이해가 안 가고 모자란 점도 있다.

 

 종교를 기반으로 하여 지도를 설명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개인적으로는 중세 기독교에 대한 설명이 가장 재미있었다. 성지순례라던가 기사단이라던가 아는 개념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여정도 지명으로 상당히 세심하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지도를 보면서 경로를 펜으로 긋는 것도 나름 재미있으리라 생각된다. 불교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발견할 수 있던 점도 좋았다. 말로만 듣던 오천축도를 직접 보고 일본불교의 여러 사상도 접할 수 있었다. 일본섬을 독고로 표현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지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알고 싶어서 구한 책이지만, 의외의 수확을 거두었다. 인간의 이기적인 시각과 자만심, 탐욕도 지도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었다. 노예를 상품으로 표기하는 포르투갈, 남의 성지에 슬그머니 자기 국가의 깃발도 같이 걸어놓는 영국 등 글이나 말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시커먼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니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오지 도시아키가 맨 마지막에 개인적으로 맘에 든다고 말한 대일본연해여지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뭐 그래봤자 일본이 잘났다는 내용의 지도이겠지만, 어디가 어떻게 훌륭한 지도인지 궁금한데 말이다. 또 한 가지. 가뜩이나 실용성과 과학성을 강조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아마 이런 글을 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역시 대동여지도에 대한 미련은 남는다. 만약 그가 대동여지도를 본다면 사방으로 뻗어있는 산들과 강들의 섬세함을 보고 그 미적 중요성을 간파했을텐데 말이다. '고금화이구역총요도'가 인쇄지도라고 설명하는 글을 읽을 때 안타까움은 더 했다. 일본에서도 지도발달사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역사학같은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멋진 학문이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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