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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교양은 아무 것도, 또 누구도 구출하지 못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산물이다. 인간은 그 속에 자기를 투사하고, 거기서 제 모습을 알아본다. (...) 사람이란 신경병을 떨어 버릴 수는 있지만, 자기 자신이라는 고질병에서 치유될 수는 없는 법이다.

 

 

 

 

 

다소 허세가 있는 말이지만, 나도 짧게나마 그런 느낌을 겪은 적이 있다. 빈혈로 인한 현기증일 수도 있지만() 할머니가 될 때까지 버틸 수 알았던 이빨이 넘어짐 하나만으로 간단히 부러질 땐 매우 웃겼다. 주변은 매우 소란스러웠는데 마치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앞니가 없는 내 미래를 생각하고 다 큰 나이에 한바탕 울음을 터뜨렸다;;; 차라리 사르트르같이 갈 때까지 간 외모였다면 울지 않았으려나?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내 자만심이 치유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이를 치료하고 나서 그게 마음에 들어서 내 자만심은 더욱 증폭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고질병인 것만 같다는 두려움이 든다. 내 외모를 잃기 싫다는, 결국 나도 금니만 남고 썩거나 혹은 한 줌의 가루로 태워져 희고 앙증맞은 항아리에 담긴다는 진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나 자신.

 

 

 

 

피카르 부인에게 상당히 주목하게 된다. 여기서 사르트르는 어머니와 피카르 부인이 깜찍한 아이를 원했지 고상한 아이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부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미래 모습을 볼 때 피카르 부인은 그의 바람기와 어느 정도 남들에게 주목을 받으려 어떤 무리한 짓도 감수하는 그의 특성을 간파한 듯하다. 피카르 부인과 관련된 두 사건과 사르트르의 피카르 부인에 대한 야한 상상은 사르트르에게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 파악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에 틀림없다. 

 

가장 동감하는 글이 사르트르가 노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마지막 글이었는데, 어렸을 땐 내가 너무나 약하고 키가 작아서 아이들하고 잘 놀질 못했다.
그래서 내가 운동하면서 지금은 체력을 길렀지만 지금은 또 술래잡기하며 놀아줄 사람은 없고 힘만 넘치니 노가다를 하지 않으면 일하는 것 같지 않다.
'내 인생은 여러모로 타이밍이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또 사르트르를 보면 내가 자존감이 이 사람보다 좀 떨어지는 것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생각해보면 남자들은 키 작은 데 대한 컴플렉스가 엄청나던데 좀 특이한 인물인 것 같긴 하다.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고;;; 아 그리고 젠장 어머니들 좀 자기네 애들과 책벌레인 우리 애가 같이 놀게 해달라고 부탁하지 맙시다. 세상엔 한계란 게 있단 걸 당신들이 가장 알잖아요.

철학적인 말들이 많이 등장하긴 하는데 나는 그런 데엔 도통 관심이 없고 사르트르가 자신이 꼬마인 것을 인식하면서 쓰는 대목들이 정말 재미있다 ㅋㅋㅋ 보통 동시나 동화를 쓰는 사람들이 어린이의 관점에서 글을 쓰는 걸 정말 못한다. 대부분 무지 환상적이거나 아님 매우 드물게 무지 부정적이거나 하다. 키가 작고 부인들의 가슴에 파묻혀 있는 애어른의 인생에 대한 불평불만에 주목해보시라.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르트르보다 니장이 일찍 죽었다. 물론 남자들이 허세를 부리려고 하면 끝이 없어서 죽음이 두렵다느니 다시 여성의 자궁에 들어가서 허공에 빠지고 싶다느니 하는 쓸데없는 이야기른 한다고는 하지만, 설마 니장까지 그럴 줄이야... 요즘 배우다 만 청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게 니장 같은 허세이니 사르트르에게는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하기야 그와 계약결혼한 여성 분은 사르트르보다 더 똑똑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 모임에 제대로 끼지 못했지만. 나 같으면 저들을 따돌려서 아웃사이더로 만들었을 듯하지만, 사르트르는 아무튼 못생겼었으니. 그를 일생동안 사로잡는 열등감이 문장 너머로 전해진다. 결론적으론 그 열등감이 그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치장해줬지만. 사르트르가 필록테테스로 친히 예를 들어줬듯이 말이다.

 

나는 당장 심심풀이로 무슨 짓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그러다가 '전능하신 천주님' 생각을 하기로 작정했다. 그 순간 천주님은 창공에서 곤두박질치더니 아무 해명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천주님은 없구먼." 나는 짐짓 놀라는 척하며 중얼거렸다.

 

 

군데군데 신에 대한 콩트같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이런 식의 글이 취향인 사람들은 꼭 이 책을 보시길 바란다. 혹시나 나처럼 천주교인이나 기독교인인데도 무신교도들의 유머를 보고 낄낄거리는 사람이 있을 듯하여 예시를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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