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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마르크스 2020

하이디 하트만은 아래와 같은 주장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계급', '산업 예비군', '임금 노동자'와 같은 분류를 두는 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은 어떤 이유로 특정 인물이 특정 분류에 속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가정의 안팎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어야만 하며,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자본과 마찬가지로 마르크스주의적 분류는 몰성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나온 모든 구절 중 가장 사이다였다. 사실 철학자 이름 검색하다 찾은 책인데 되려 이 구절 때문에 하이디 하트만이 궁금해졌다. 책은 쓰셨나. 번역본 있나.

 

 

신자유주의자들은 왜 마르크스 이야기만 하면 날 머리에 꽃 매달은 로맨티스트로만 보고 현실 어쩌고 하는지 모르겠다. 공산주의자들은 역사를 무시하고 무작정 과거가 좋았다 날뛰는 미친 자들이 아니다. 그들 대다수는 진보주의자들이고 제대로 미래를 살기 좋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오히려 그렇게 오래된 자본주의에 신 자를 붙여봤자 낡은 이론이라 버티지 못하고 세계가 불황인 게 아닌가.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라고 하고 사실상 페미니즘 이야기가 반인데 어떻게 하면 제목이 큼지막하게 찍혀 있는 이 책을 빨간 책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동네에서 여자 술쟁이에 포르노물 보고 다니는 여자(섹스와 공포는 로마 이야기입니다)에 친일파로 찍힌 것 같은데 빨갱이년으로 찍히겠군 쩝. 취직이나 되려나. 남 결혼식에 산 부수고 케이블카 만들자고 발표하는 사회자가 사는 지역이니 어차피 뭔 짓해도 난 이단이라는 생각을 하며 정신력으로 버텼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사회주의를 비판한다는 점이다. 특히 내 리뷰에서도 극찬한 적이 있던 클라라 체트킨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충격적이다. 간부가 되지도 못했지만 페미라고 자신을 차별한 정당에 충성을 다했다니 뭐하러 그런 부질없는 짓을... 차라리 저럴 거면 간부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정당에 충성하는 게 좀 덜 비참할 것 같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는데, 이 저자 말하는 투는 맑꼰인데 맑스 페미니즘 단체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당했는지 변화된 맑스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짧게 실렸으며 대부분은 비판적이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라는 단어가 맑스 페미니즘을 설명할 때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보인다 ㅋ 주의바람.

 

생각해보면 인간은 죽어서 잊혀지는가?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만약 내가 어떤 사람과 이별하고 나서 수년이 지난다면 그 사람은 잊혀진다. 그 사람을 잊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과 같이 갔던 가게(혹은 장사가 안 되어 완전히 다른 종류의 가게로 바뀔 수도 있다.), 그 사람을 만나러 갈 때 탔던 버스의 색깔 등 디테일한 점을 잊을 수도 있다. 로봇으로 인해 인간이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 또한 낭만이 없으나 비슷하다고 본다. 이런 사회에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책에서는 단호하게 러시아에서 일어난 일들은 대부분 잘못되었고 마르크스의 의도와는 다르다고 일축한다. 러시아의 경우 자본주의가 제대로 발전되지 못한 상황에서 집권을 해서 그 당시에는 "근대화"를 국가의 계획으로 발전시키자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쿠바혁명 때도 중간관리자나 전문가들이 미국으로 도망간 상황이라 미국의 매니지먼트 기술을 육성하려고 괸료들끼리 세미나까지 했었기도 하고 말이다. 자본과 다른 방식을 고민했겠으나 결국 "통제"의 형태를 보였다는 건 상당한 고민과 반성이 필요한 문제이겠다.

 

메이나드 솔로몬은 "1934년 즈다노프와 라데크가 제안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자유로운 낙태권의 박탈이나 이혼법의 갱신과 같은 시기에 부상했으며, 동시에 동성애에 반대하는 강력한 법안이 발효되었고, 수많은 지식인들이 동성애와 룀의 나치스에 동조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었다"는 현실을 직시한 비평가 중 한 명이었다.

 

 

이 외에도 라클라우와 무페가 아주 마르크스주의에 쐐기를 박아버린다 ㅋㅋㅋ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포스트모던주의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이 책에서도 나왔지만,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더니즘은, 지나칠지 몰라도 어쨌든 깔끔하고. 아무리 좋은 세탁기라도 기능이 복잡해서 작동시키기 힘들다면, 차라리 그것보다 좀 더 싸도 빨래 하나는 잘 하는 세탁기보단 못한 법이다. 그나저나 어디서나 동성애는 동네북이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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