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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동정이다! 더 높은 인간들에 대한 동정이다!" 그는 소리쳤고, 그의 얼굴은 청동으로 변했다. 좋다! 그것도ㅡ끝이 났다! 나의 고뇌와 나의 동정ㅡ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도대체 나는 행복에 뜻을 두고 있는가? 나는 나의 과업에 뜻을 두고 있다! 자! 사자가 왔고, 나의 어린아이들은 가까이에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성숙해졌고, 나의 때가 온 것이다. 이것이 나의 아침이다.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이제 솟아올라라, 솟아올라라, 그대 위대한 정오여!" 차라투스트라는 남을 도우려는 자선이 자신의 행복과 동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것을 극복하려 결심했는데도 불구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제4부 맨 마지막에 가서야 극복해낸다. 이는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 없이 자만을 품지 않고 자신의 과업에 순수하게 전념.. 더보기
과학잡지 에피 창간호 이렇게 보면 '가짜'에 해당하는 이름이 붙어야 하는 쪽은 부정적인 수(음수), 상상의 수(허수)에 대항하는 '평행선 공리의 부정'에 해당하니 '(평행선 공리를 부정한) 기묘한 공리' 정도의 별칭으로 불려야 할 것 같다. (...) 이런 점에서 체계가 갖추어진 수학적 개념은 아무리 이상해 보이더라도 '가짜'라고 부를 수 없으며, 또 이것이 기존의 참인 명제를 부정하지도 않으므로, 기존의 수학 이론을 '가짜'로 만들지도 않는다. (...) 트럼프의 '대안적 사실'이란 진실을 부정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수 개념을 발전적으로 확장한 허수에 이러한 거짓을 비유하는 것은 정확하다고 하기 어렵다. 차라리 당신의 대안적 사실은 허수다라고 쓰면 국내에서만 망신당하고 끝냈을텐데 우리나라 인간들은 꼭 눈.. 더보기
헌법의 풍경 종교인이란 원래 남들이 보기에 정상일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플라톤이 어쨌는지 명확히 알진 못하지만 난 어쨌던 하나의 진리가 존재한다는 그 분의 말에 찬성한다. 스피노자는 자신에게 유익한 게 선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인간으로서 유익한 무언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참 단순한 사람들이 많다. 사건이 생기면 땅값이 오를까봐 걱정하는 모습은 악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럽다. 원자력발전소를 국내에 세우는 대가로 대체 다른 나라에서 뭘 받아올 수 있겠는가? 그게 터지면 분명 우리나라 자연계에 피해가 생길텐데 그걸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겠는가? 조심해서 쓰면 되지라고 퉁치기엔 이미 사고가 해외에 두 차례나 크게 발생했다! 러시아는 그렇다치고 우리가 그 장인정신으로 뭉친 일본보다 더 조심해서 쓸 수 있다고? 그리고.. 더보기
굿모닝팝스 vol. 310 정해진 곳 없이 걷다가 아늑하고 왠지 '스위스스러운' 레스토랑에 들어갔죠. 문을 열자마자 진한 치즈향이 풍겼는데 역시 스위스 대표 음식 퐁뒤를 팔고 있지 뭐예요! 일단 퐁뒤를 하나 주문하고, 퐁뒤보다는 무난해 보이는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함께 시켰습니다. 뚝배기 같은 그릇에 녹인 치즈가 데워지고 있고 꼬치에 꽂힌 빵이 잔뜩 나왔어요. '본토에서 진짜 퐁뒤를 먹다니!' 감격해하며 먹어치웠는데, 몇 입 먹고 나니 치즈가 너무 짠 데다가 점차 느끼해져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어요. 감히 치즈를 좋아하지만 여행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내 앞에서 유럽여행까지 갔는데 퐁뒤도 먹지 못했다니 부들부들. 아무튼 매우 오랜만에 굿모닝팝스를 보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2개월 간의 간격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이후로 많은 일이.. 더보기
소년이여, 요리하라! 그다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음에도 상상보다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앞으로의 삶이 근거없이 저절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내지는 '높은 확률로 빈곤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어른'에게, 그렇게 구체적으로 들은 순간 느꼈던 '삶의 팍팍함' 때문이었습니다. '어른이, 선생님이, 이렇게 우리를 협박할 정도로 삶은 잔인한 것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던 그 순간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저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일단 이 책은 김보통 씨의 에세이 대신 집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만일 시시한 책이었다면 고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쉽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적은 책이라거나 혼자 먹는 음식을 .. 더보기
역사전쟁 최후의 빨치산으로 불리는 정순덕이 1963년에 발견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혼자 산속에 살았던 것에 불과했다. 뜻밖에도 이슈가 될 만하다고 생각했던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려고 해보니 서고에 처박혀있는 데다 빈말로라도 절대 깨끗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긴 나도 저자의 최신 책을 읽으려다가 집은 책이니. 전에 읽으신 분이 팝콘 봉지에 책을 넣고 섞다가 돌연 허리가 아프셔서 파스를 집어 등에 붙이려 했는데 손이 미끄러져서 책에 붙인 듯한 상태였다. (심지어 파스가 정말 붙여져 있었다.) 나름 보수적인 지역에서 사는지라 그냥 본 사람이 있다는 걸 감사해야 하나. 물론 그 표지 상태보다도 도종환 시인의 추천사가 더 더러웠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그의 과거를 안 이상 도저히 헌법의 상상력은 볼 수.. 더보기
하나님은 당신에게 실망하셨다 사람들은 우리를 게으르다고 비난하지. 내가 거리에 설교를 하러 가면, 사람들이 "게으름뱅이!" 또는 "일하러 가라!"하고 고함을 지를 때가 있어. 하지만 왜 알잖나? 복음을 전하는 것이 그저 그런 일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이라는 것을 말이야. 자네는 군인처럼 머리에 벽돌을 맞아 죽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야 해. 자네는 운동선수처럼 규칙을 지키며 경기를 해야 해. 자네는 농부처럼 곡식을 수확할 날을 기대하며 매일 열심히 일해야 해. 우리 말고 누가 이런 일을 하나? 나는 감옥에 갇힌 괴짜 거리 선교사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아. 자네도 부끄러워해서는 안 돼. 솔직히 말해주면, 자네도 이 일을 계속하면 결국 나처럼 될 것이야. 이 책을 들고 읽어나가면 굉장히 기독교인으로 보이나보다. 신흥종교인들이 갑자기 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