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 속에서 일하며 건강만 잃고 제 인생은 송두리째 날아가버려 지금은 부모님께 불효자식이 되어서 큰 상처만 남긴 채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p. 38
이미 이 테마는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영화로 인해 유명해졌다.
반도체공장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들은 이 영화를 보셔도 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가족애를 부각시키느라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상세히 등장하지 않는다.
일단, 이 영화에서는 한 기업에게 책임을 요구하지만 삼성에게 모든 비난을 돌릴 순 없다. 삼성을 편드는 게 아니다. 이건 돈 잘 벌것 같으면 무조건 발을 들이밀고 보는 우리나라 대기업들과 정부의 자세 자체에서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시민들에게 가장 충격인 건 '반도체 공장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이다. 일단 2000년도부터 대한민국하면 동방예의지국 말고 두번째로 많이 거론되는 게 반도체수출 1위라는 단어였을 것이다. 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반도체공장 직원이나 그 근처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건강이상이 생겨서 외국에서는 반도체공장을 들여놓지 않으려는 투쟁을 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알고보니 IBM이 시장에서 옛날보다 더 축소된 것도 반도체 공장에서 문제가 생겨서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로 반도체공장을 들여놓는 외국기업들도 많았다고 한다. 2014년 현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평창과 뮌헨이 동계올림픽 후보지로 거론된 가운데 뮌헨 주민들이 반대해서 평창이 뽑혔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환경이 파괴되고 인간이 망가지는 것들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가 나온 이후 반도체 수출 1위라는 단어는 언론이나 고위직 분들 사이에서 더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
결국 황상기 씨는 승소하고 딸 황유미 씨는 산재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1. 노조 결성의 필요성,
여기서 말하는 노조는 삼성'일반'노조같은 곳이 아니라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진짜 노조를 말한다. 지금 삼성전자서비스팀이 금속노조 밑에서 노조를 만들었는데, 그분들이 집회하는 곳을 우연히 보니 유달리 경찰들이 사납게 포위하는 것 같았다. 인원이 적어서 그랬는지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만든 노조라서 그런 건지... 노조 사람들이 보이지 않도록 시야를 차단시키는 건 물론 시민들에게 도와달라 요청하는 소리까지 죽이려고 애를 쓰는게 보였다. 삼성노조에서 제대로 보호해준다면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관계 기관의 변화
여담이지만 물류직원 등의 관절질환도 산재처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직장에서 부상당해서 서러운 노동자들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가지고 산재냐 아니냐를 따지고 있으면 '이런 나라에서 노동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정부는 이민하는 사람들 욕하고 출산장려를 하기 전에 있는 사람부터 잡는 게 좋을 것 같다.
3. 사회적 경각심 향상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노동자인 건 두말하면 입아픈 사실이다. 그리고 노동자가 노동하다 부상당하는 건 절대 수치스런 일이 아니다. 애초에 노동자가 실수를 해도 큰 상처가 없도록 기업이 배려해줘야 하지 않나? 그리고 내가 설령 위험을 느끼고 일을 그만둔다 하더라도 내 자리에 들어온 다음 노동자가 부상을 입을 수 있으니, 용감하게 산재신청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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