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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포옹


포옹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 현대시
지은이 정호승 (창비,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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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비해 글의 한과 비애가 좀 풀려나간 느낌이다. 슬픈 일을 겪기 전에 쓴 시인지, 아니면 슬픔이 한 풀 꺾여나가고 해탈해갈 즈음에 쓴 시인지.. 난 아무리봐도 후자인 것 같으면서도... 앞에 소개될 시에서 그 묵묵하고 진한 향을 맡을 수 있었다. 이 시를 읽으신 분도 그 느낌을 전달받았는지, 이 시가 쓰여있는 종이 끄트머리를 깨끗하게 접어놓고 있었다.
 
 내 사랑에 묻어있는 죄의 흙을 제대로 씻기 위해서는
 죄의 몸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치게 해야 한다.
 - 감자를 씻으며 中

 인간과 부딪치길 꺼리며 상처받기를 싫어하던 나에겐 크나큰 가르침과 교훈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입 안에 넣을 만큼 깨끗해질 수가 있을까? 유독 이 시에서는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사실 그 점에서 이 시는 점수를 많이 받지 못했다 ㅎㅎ 돌을 빵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다는 정호승 시인의 훈훈하고 아름다운 마음은 보기 좋았다만. 생각해보니 랭보도 이 모티브를 차용했던 적이 있었다. 악마의 유혹은 그만큼 인간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하긴 빵 때문에 전쟁도 하는 게 인간이다보니. 3부는 사람들을 만나서 막걸리도 마시고 삼치도 먹은 후,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잠시 졸다 깨면서 간간히 읽었다. 언젠가 사람들이 내가 술을 입 안에 굴리면서 음미할 줄 모른다는 말을 했었는데, 시마저도 나에겐 음미하기 어려운 종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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