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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ce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젊은베르테르의슬픔
카테고리 소설 > 소설문고/시리즈 > 소설문고일반
지은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웅진씽크빅,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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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가 생각했던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어떤 사회부적응자가 시골에 내려가서 자연이랑 부대껴 살려고 하다가 약혼자가 있는 아름다운 여자를 한 명 발견하고 남자의 본성 발동됨. 약혼자가 오니깐 속이 뒤집어지고 이빠이 열은 받는데 골키퍼를 처리할 여력도 없어서 일을 구한답시고 도망쳤지만 역시 사회부적응자의 특성은 오래가지 않았다. 간신히 얻은 일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귀족들의 위선 사이에서도 버티지 못하고 또 다시 도망와서 유부녀가 되버린 그녀 주위를 빙빙 맴돌다가 결국 자살. 음... 여태까지 한 말은 농담으로 생각해주시길. 아무튼 나는 어린 시절 이 책을 보고 많이 울기도 했지만, 동시에 약간 왜곡된 시각으로 이 책을 바라봤다.

 

 특히 로테가 피아노를 치는 장면은 엄청나게 과장된 이미지 속에서 나의 기억에 남았다. 예를 들어, 나는 로테의 손에 끼워진 반지에 대한 묘사가 적어도 책 한 장 정도는 차지할 줄 알았다. 적어도 어렸을 적 나는 그 반지에 대한 내 느낌에 대해 서너장은 쓸 수 있었다. 그런데 한 줄 밖에 없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이미지는 강렬했다. 아무래도 베르테르의 미친 듯한 감정의 폭발이 어린 시절 내 안에도 그대로 이입된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아무리 그 대목을 들여다봐도 그 때의 그 감정이 다시 되살아나지 않는다. 그리고 대체 어느 대목에서 그런 느낌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베르테르가 결국 로테를 통째로 덥석 삼키는 장면이 나오는 게 아닌가 조마조마했었다. 하긴 편지상에서 보아도 마을 안에서 살 때는 매일마다 졸졸졸 따라다닌 것 같은데, 로테가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하면 이상하겠지. 아무래도 그 조마조마함은 로테의 감정이 이입된 듯하다. 어렸을 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알베르트와 베르테르의 논쟁도 지금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어렸을 때보단 조금 머리가 익었나보다.) 글쓰는 것들은 광기를 모른다고 부르짓는 베르테르의 고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잠시 모골이 송연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베르테르는, 아니 괴테는 이 책에서 자신의 여성성을 한껏 과시했던 것 같다. 베르테르와 로테의 감정을 이제 나는 거의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태까지 완성하기는 커녕 손도 댈 엄두도 안 났던 무언가를 완성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약간 시각이 달라진 것도 있다. 베르테르보다는 로테가 가여웠다. 로테도 베르테르를 사랑했다는 결말이었다니. (하긴 지금 생각해보니 저렇게 대놓고 애를 태우는데 어느정도 눈치채지 않으면 로테는 여자가 아니다. 그래도 만나주는 걸 보면 공감대가 없어서 알베르트와의 관계가 흔들렸거나, 베르테르에게 어느정도 마음은 있었다는 소리.) 베르테르의 망상으로 끝나는 이야기로 기억하고 있었던 나에게는 약간 쇼크였다. 베르테르는 저 세상에서 자신의 소원을 이루려 죽었지만, 알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사실을 알아버린 로테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라고;; 아무튼 베르테르는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의 품에서 점점 나이가 먹어가는 모습도 보지 못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이 세상에 홀로 놔두고 죽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죽었으니, 나름대로 행복한 엔딩을 선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자살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에도 이 소설을 보고 많은 물렁한 젊은이들이 자살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아무나 성공 못했다는 비화를 보면 이게 만만치 않은 선택임을 알 수 있다.

 나라면... 생각도 할 수 없다. 그냥 그리 많이 먹지 않은 나잇대에서 자연사했으면 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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