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눈여겨 본 것이 '100퍼센트 재생에너지'라는 구호였어요. 과거에는 환경운동가만 주장했는데 놀라운 건 정부 대표, 기업대표, 지자체장들이 모두 100퍼센트 재생에너지를 이야기해요. 엄청난 변화입니다. 세계가 재생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뜻이에요.
전등을 나무에 두르는 것이 우리에게 보기 좋을 지는 모르지만
실상으로는 나무를 화형시키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은
이미 매스컴과 여러 환경단체들의 활동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나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에게는 다시금 충격이었다. 대부분 제설제 재료로 염화칼슘이 쓰이는데, 그렇게 마음껏 쓰고 그 결과로 부식된 도로를 보면서 질색을 했으면서도, 길가의 가로수에게 튀길 경우의 영향력에 대해서 우리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가로수의 나무들이 가로세로에 높이마저 1미터 조금 넘는 흙에서 뿌리를 내리고 산다. 마치 무덤과 같은 곳에서 갇혀있는 것이다. EBS 다큐멘터리에서는 '녹색동물'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있다. 식물들도 이동하면서 산다. 추운 곳이 질린 북극과 남극의 식물들이 대이동을 하여 여러 차선의 지역들에 정착을 하였는데, 그 귀한 식물들이 서식하는 곳 중 하나가 설악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 위에 케이블카를 짓는다고 하지 않는가. 미친 짓이다. 그 나무들을 모두 뽑아서 다른 곳에 옮겨심는다 한들 그들이 살아갈리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에게 살아가라고, 요새는 경쟁시대이지 않냐고 강요한다. 약육강식이라는 말은 이미 언급될 필요도 없는 듯.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며 인간을 위해 지구와 그 모든 생물은 희생되는 게 순리인 듯. 인간도 동물이라는 진실은 땅 속에 묻어버린다. 애매한 게 나쁜 일이냐고 묻는다. 나는 그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사실이 괴롭지만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나쁜 일이다. 당신의 마음 속엔 악이 들어있다, 마귀의 꼬임에 넘어가 그들에게 산제물로 자신의 영혼을 바치고 있다, 라고. 동정과 배려와 연민의 마음을 모를 때 혹은 모른 척할 때 당신은 살아있어도 죽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당신이라는 껍데기 속에 기생하는 게 과연 정말로 당신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치 마녀의 세뇌처럼, 아무리 옆마을로 가려고 해도 미타기하라 시로 돌아가는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반역의 이야기 세계에서 나오는 2층버스처럼, 우리는 한번도 그런 걸 생각해보지 못했다. 아니, 알아도 내심으로 모른 척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무와 동물들에게는 영혼이 없어서 고통도 없다는 아주 옛날 고리짝 서양의 몹쓸 철학을 철석같이 마음에 간직하면서 말이다. 철학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이전에는 가난하더라도 왠만큼 자급자족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면, 지금은 가난한 자에겐 자급자족할 권리마저 없다. 심지어 생각할 권리마저 박탈당한 탓에 그들의 멍청함은 소름끼치기까지 하다. 요즘 시대엔 가난하면 살아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P.S 변명하듯이 붙여보지만 난 그닥 종교에 헌신적인 사람이 아니다. 딱히 죽은 이후에 뭘 잘해보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아마 미신으로 인해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인간에겐 누구나 선과 악이 공존한다. 나와 정치관이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자연스러움을 가두려는 편협함과 속물적인 위'악'스러움에 구역질이 날 뿐. 그에 대한 정상적이지 못할 정도의 분노는 정의가 아니라 사실 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항상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눈빛을 한 사람, 박그림같은 샤프한 성인군자에게서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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