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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지금, 사랑 이야기를 묻는 거야? 진실을 밝히는 게 두렵진 않아...... 나는 페페제였어. 그 말을 풀어보면 야전용 아내라는 말이지. 전장의 아내. 두번째 아내. 내연의 아내.

 

 

 

 

솔직히 말해서 이런거 만들고 기획하는 놈들은 빨리 디져서 지옥에나 가버렸음 좋겠다.

 

 김연수 소설가는 소설에서 간호병을 등장시킨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해야 남자들이 전장에 나가지 않을까요? 손과 발을 모두 잘라야 다시 전장에 나갈 생각을 안 할까요? 효과적인 방법이겠는데... 하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이빨이다. 손과 발이 없으면 이빨로라도 인간을 공격할 생각을 하는 게 인간이다. 괜히 인육을 먹는 살인자가 등장하겠는가 말이다. 올해도 서코를 갔다. 꼭 밀리터리 코스프레가 등장한다. 시대를 타서 그런가 올해는 더욱 그런 인간들이 득시글한 것 같다. 여러가지 의문이 일었다. 첫째로, 나같은 여자가 밀리터리 코스프레를 하고 나가면(남자 옷으로) 반응이 어떨까. 둘째로, 갑자기 이곳에 폭탄이 떨어지면 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 소설은 러시아와 독일의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남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죽어나가다 보니 여자가 전쟁에 투여되어야 했었다. 이 소설 속 진술에 의하면 여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먹을 게 없고 추운 데 입을 게 없어서 자원했다는 사람도 또한 등장한다. 그들은 사랑할 시간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땅바닥에 널려있던 독일인의 시체 중 사랑했던 독일인을 발견하고 한참을 그 자리에 멍하게 서 있던 사람도 있었다. 자신이 공산주의자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편이 독일군에게 고문을 당하고 나서 풀려나니 스탈린에 의해 감옥에 갇힌 여자의 진술은 너무나 한스럽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나 열심히 생각을 했다. 그들의 변명과 거짓말에서 그들이 모두, 실은 세탁병과 간호병과 의사까지 포함하여 모두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이 역력히 드러나 너무나 역겨웠다. 하지만 그들은 동시에 적국을 미워하고 있었고, 딱히 그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다. 생각해보니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생각나는 게 이것밖에 없다. 아 이들은 죽으면 지옥에 가겠구나. 아 박근혜와 모든 위선자들을 죽일 듯이 미워하는 우리는 지옥에 가겠구나. 사람들을 이미 미워하게 되었으니 그 죄가 크구나. 만약 전쟁이 나면 무조건 최전선으로 가야겠구나.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참하게 죽어선 안 되겠구나. 어떻게든, 어떻게든 살아서 전쟁에 대한 진술도 하고 글도 써야겠구나......

 

 P.S 아아 남자들이여. 물론 가운뎃다리가 뜨거울 때 전쟁터에서 만난 여인은 한낯 노리개로 생각하겠지. 그래. 나도 그런 작자들은 많이 만나봤다. 하지만, 이건 알아두게. 어차피 일상도 하나의 전쟁이며, 그 때 아무 대처를 할 줄 모르는 나약한 여성들보단 전우같은 여성이 훨씬 듬직하다는 사실을. 안 그러면 자네들의 삶은 벌써 지옥이 될 걸세. 나는 군대에서 여인을 버린 놈들은 쉽게 죽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주 오랫동안 고통스럽되 자신이 왜 고통스러운지도 깨닫지 못하다가 비참하게 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