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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

물품을 판매하려는 게 아니라 그곳 주민들의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며 함께 연대할 방법을 찾는 자리라고 설명해도 소용이 없었다. (...) "니들보다 훨 잘사는 일본인들 걱정 말고 그런 일 하느니 밀양이나 강정에다 신경 쓰라고 일갈하고 싶네요."라는 글은 답답함에 가슴을 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항의전화를 걸거나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곳은 방사능에 눈감고 핵발전을 지지하는 보수단체가 아니었다. 한국사회의 흐름에 관심이 많고 연대활동도 적극적인 단체들이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방사능에 오염된 물건을 들여오냐는 비난이 시작되었고 담당자들의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집중적으로 연락하자는 댓글까지 올라왔다.

 

 

 

이 책은 인터파크 같은 데에서 살 수 있는 책이 아니며,

후쿠시마 핵사고가 벌어진 이후 후쿠시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기타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위의 인상깊은 구절은 후쿠시마 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만나기까지의 험난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글은 로컬푸드와 건강에 좋은 음식만 먹으려는 사람들의 욕망이 때로는 잘못 표출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그로 인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후쿠시마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듣지 않은 채 '에코' 굿즈를 사려는 사람들. (굳이 귀찮고 불편하게 설명회까지 들으러 가면서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생협에서 그렇게 주장하니 그렇다고 치자.) 그리고 방사능이 있는 물건은 위험하니 한국에 들여놓지 말자는 사람들. (그러면서 왜 박정희 정권에서 DDT를 쓸 땐 목숨을 걸고 항의전화를 하지 않았는가 의문이 들지만 하여튼 이것도 그러려니 하자.) 그 와중에서도 전혀 테마와 상관이 없는 애국심을 보이면서 일본인들의 물건을 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간들. 유니세프에게 왜 우리나라 애들은 안 돕고 세계애들을 돕냐고 항의하는 인간들이 있는데 이들이 주도자인가 보다. 한마디로 가엽고 딱한 자들의 군상인 게 맞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생협은 굿즈를 팔 거라고 잘못 홍보한 조합원을 감싸주기에 여념이 없다. 이는 생협의 과거에도 벌어졌었고 현재에서도 진행 중인 비리의 버젓한 예시가 아닐 수 없다. 애초에 누군가 잘못된 정보에 대한 단도리를 확실하게 해서 그 조합원의 사과를 받아내던가, 아님 대신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는데도 잘못된 정보에 대한 사과 한 마디도 없다는 데 그저 코웃음이 나온다. 그 당시 생협에 있던 사람들은 다시 말해 필리버스터가 취소되었을 때 페북에다가 공식적으로 더민주를 대신해서 사과했던 손혜원만도 못하다는 소리다. 틀린가? 생협의 불신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반감을 보이는 것 자체가 생협이 종교 단체에 가까운 폐쇄성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아무튼 난 이 책을 마냥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핵사고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이미 핵발전소가 있는 이상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증거로 이 책을 인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불장난과 싸움구경이 재밌다고(...) 재난이 일어난 후에 피해를 입은 인간들과 그 재난을 미래에 겪을 수 있는 인간들이 각자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제일 흥미로웠다. 나는 이전에 핵에 대해서 미리 리뷰를 했는데, 로버트 융크의 원자력 제국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검색하기 짜증나는 너님들을 위한 주소: http://vasura135.blog.me/80181221592) 짧지만 그 안에 핵발전소가 어떤 피해를 주는지에 대한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