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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e&Nuturition

현명한 부모는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한다


사실 자신의 행복을 찾아야 가족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은 심리학이나 성공담을 볼 때 항상 쓰여있는 구절이다. 그러나 실천에는 항상 어려움이 있게 마련이고, 특히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들에게는 낯선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런 책들을 읽고 시도하지도 않는 부모들에게는 그런 개념 자체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의 저자 신의진은 과제를 하기 전에도 이미 이름은 주워들어서 알고 있는 유명한 소아정신과 의사이며, 주부들과 아이들과의 오프라인 캠프도 직접 개최해서 강연할 정도로 유명한 분이라 들었다. 너무나 쟁쟁한 명성 때문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아직 결혼계획도 가지지 못한 대학생이 들춰보기엔 부끄러운 책이라 생각해서 줄곧 피해왔었지만 입문 겸이라 생각하고 한 장 한 장 들춰보았다. 이 책은 육아를 중심으로 했지만, 심리학을 중심으로 맞춘 채 객관적인 연구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여러 문제있는 아이들과 ‘문제있는 엄마들’, 그리고 자신의 사례를 나열한 육아책이다. 0~3세 아이들이 주로 나오기는 하지만 사춘기 아이들의 문제까지 헤집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는 두지 않았으므로 어릴 적의 나 자신을 상상하고 부모들을 상상하면서 보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읽어보는 동안 내내 공감이 가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사실 제목을 보고선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본인의 가정에서도 그랬지만, 우리나라의 엄마들은 자식을 위한 희생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도 넌지시 제시된 말이지만, 전업주부라고 해서 꼭 아이에게 의존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직장을 다니는 주부라고 아이를 소홀히 대하는 것만도 아니다. 그러나 미혼인 나의 관점에서 볼 때, 어느새 엄마들은 그 개념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으며, 아이들과 같이 집착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자녀의 고액과외를 위해 근본적인 여자의 자존심도 내팽개치고 노래방 도우미로 취직한다는 어머니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절로 혀가 차진다. 물론 그들만을 탓할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의 굳게 다져진 편견과 오해들, 그리고 예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잘못된 양육법, 기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그들의 마음을 일그러뜨리는 데에 한몫했을 테니까. 그러나 아무리 남을 탓하더라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미치는 해는 전적으로 부모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의 애착은 사랑이던 증오이던 결코 떼어질 수 없는 끈끈함으로 뭉쳐져 있으므로, 사회에 열심히 적응하고 있는 아이들이 의지할 사람은 단지 그네들의 부모뿐이다. 그들에게 행해지는 폭력과 상처, 그 모든 괴로운 것까지도 아이들은 측은할 정도로 열심히 배우고 익힌다. 사실 폭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이기심은 그들을 다치게 하기에 충분하다. 부모가 원하는 꿈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작아지겠는가. ‘80점 부모가 되라’ 부분에서 나오는 글이 사실 가장 인상적이었고,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데에서 감추어져 있는 이기심에 대해 날카롭게 꼬집었다고 생각한다. 부록에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따끔하게 당부하는 글도 당당하면서도 유쾌했다. 내 견해로 보아선 이 책을 잡을 만큼 ‘시간이 널럴한’ 남자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만.

 자신의 인생을 찾으라는 말은 당연했지만, 나에게도 하나의 경종같이 들렸다. 가족의 희생이라는 말을 진심으로 싫어하는 나조차도 이 말을 듣고 절로 뜨끔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충격이 컸을지 짐작이 간다. 우리 여자들은 자신을 찾으려고 하는 마음을 철저히 베제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살아왔으며, 미래에도 아마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없는 내 소견이지만 OO엄마라는 호칭만큼 사람을 철저히 낯설게 만드는 것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여자들은 자라오고, 희생이라는 이상한 관념을 등에 지고 외로워하다가, 나중에는 폭발하게 된다. 인터넷에서 가끔 그런 점에 대해서 푸념하고 한탄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이 단지 푸념뿐이라는 게 더더욱 안타까웠다. 물론 현실에서도 할 수 있는 해결책을 강구하고 가족과 함께 이야기 하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사람들은 더더욱 많다. 사람들이 타인의 사생활을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너무나 오래 전에 가족들과 단절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여러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그 중에서도 핵심은 가정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면 먼저 내 자신부터 바꾸어야 하는 법이다.

 사실 이 책은 무언가를 배우는 교과서보다는, 무언가를 배우기 위한 하나의 도약판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에게 맞는 것을 스스로 찾고, 자신이 가족 외에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으라는 메시지가 이 글의 결론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육아법같은 정확한 지침서와는 달리 애매모호한 느낌이 들었지만, 실질적으로 부모가 된다면 다시 읽어보게 될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충고와 온갖 훈계에도 불구하고 남는 것은 엄마라는 자신의 지위와 아이뿐이다. 자신의 아이는 결코 남과 같이 길러질 수가 없으며, 심지어 다 자란 아이는 엄마의 소유가 될 수도 없다. 엄마라는 지위는 여자의 속박이 아니라 자기수양이며, 인간에 대해 배우는 하나의 기제이다. 교사가 아이들을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엄마도 물론 아이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한 모든 인생길 중에서도 하나일 뿐인 것이다. 미래의 나도 엄마의 지위를 얻기 전 이 책을 다시 한 번 돌아봤으면 좋겠고, 모든 ‘선배’와 그 분들의 아이들 또한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소망이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란 길기도 하지만, 또한 턱없이 짧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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