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현동 할아버지는
몇 해째 중풍으로 누워 계신 할머니를
혼자 돌보십니다.
밥도 떠먹여 드려야 하고,
똥오줌도 혼자 눌 수 없는 할머니를
힘들다 말 한 마디 하지 않으시고.......
요양원에 보내면
서로 편안할 텐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이웃들이 물으면,
딱 한 말씀 하십니다.
"누 보고 시집왔는데!"- p. 13
그렇다. 이 할머니는 누구를 믿고 할아버지에게 시집을 왔겠는가? 이 할아버지를 믿고, 또한 이 할아버지를 믿고 있는 자기 자신을 믿고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옛날 노래 가사에서도 '관절염이 걸리면 내가 업고 가겠소.'라고 말하지 않던가.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사람들 사이에선 관계의 깊이가 있어야 할텐데, 요즘 황혼이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물론 황혼이혼을 하는 사람들을 욕하는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던가, 인생 짧은데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있던가 하겠지. 하지만 마음을 바쳐서 신뢰하고 사랑하는 사람 혹은 국가에게 나름대로 보답받을 때, 나는 보람찬 인생을 살았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시골에 사시는 저 할아버지만도 못하다.
이번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는 아름다운 말들이 참 많았다. 사진과 함께 설명하도록 하겠다.
무상급식은 아이들 먹거리 교육을 학교에서 책임지며 차별 없이 평등하게 먹이고, 공동체가 함께 아이들을 건강하게 기르자는 얘기일 뿐이다. 이것이 그렇게 거창한 정치 이슈인가? -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4년 6월호> p. 23
말 그대로 적반하장인 인간들이 참으로 많다. 자신들은 돈 모으는 재미 자체에 집중해 있으면서 마치 자신들이 인간의 재산기준을 구분할 수 있는 것마냥, 부자와 빈자를 나눈다. 세월호 사건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무덤을 참배하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가지고 늘어지는 걸 볼 때 높은 곳에 있으신 분들은 사람을 스펙과 재산으로밖에 보지 못하는가보다. 부자건 빈자건 상관없이 사람은 사람이다. 더욱이 먹을 게 달린 상황에서는 어떤 말을 듣던 간에 사람에게 불편감을 안겨다준다. 부자라고 급식비를 내야하는 학생, 빈자라고 급식비를 내지 말아야 하는 학생, 그 어느 쪽이던 말이다.
대체 이런 인간들이 왜 사회에 만연한 것일까. 그리고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하게 발언하는 것일까.
나는 무엇보다 마음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좋아하는 대로 해야 하는데 무얼 좋아하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거에요. 자신을 들여다보는 각성이 일어나면 소비생활도 적절하게 조절되고 환경문제도 좀 줄일 수 있다고 봐요. 너무 쉽게 디자인해서 너무 쉽게 버리는 물건은 생산하지 않는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 모든 걸 사회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거기에서 나를 빠뜨리게 됩니다. 내가 움직이면서 동시에 사회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해요. -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4년 6월호> p. 48
이는 모든 게 마음 문제라는 김우창 씨의 발언과 연관된다. 보통 뻔뻔하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을 만나면 저런 인간은 조만간 사회에서 매장될거라 생각하고 피하게 된다. 그러나 이전에 지독한 자기중심주의자였던 내 경험에 의하면, 그럭저럭 산다(...) 심지어 잘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는 토론의 법칙과 비슷하다. 사회상에선 대다수의 의견에 꼽사리끼거나 공격적으로 나가면 이기는 것이다. 자기 중심을 가지고 윤리와 철학을 기반으로 생각한다면 문제가 없는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이를 생략하고 악바리와 깡으로만 무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인간중심적인 아집과 오만을 깨뜨림으로서 하나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 본다. 보통 우주중심적으로 생각하면 자연에게 '진다'고 보는 개념이 있는데, 오히려 우주를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 기준도 확실하다. 이 분의 말씀이 너무 좋아서 최근 쓰셨다는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책도 빌렸다. 요즘 생태에 관심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소개글에 의하면 철학자라고 하던데 철학이 무시되는 요즈음에 과연 어떤 글을 쓰셨을지 궁금해서이다.
'History&Socie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간경향 1087호 (0) | 2014.08.05 |
---|---|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4년 7월호 (0) | 2014.07.20 |
주간경향 1079호 (0) | 2014.06.17 |
주간경향 1076호 (0) | 2014.05.24 |
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4년 5월호 (0) | 2014.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