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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기반으로 하여 지도를 설명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개인적으로는 중세 기독교에 대한 설명이 가장 재미있었다. 성지순례라던가 기사단이라던가 아는 개념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여정도 지명으로 상당히 세심하게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지도를 보면서 경로를 펜으로 긋는 것도 나름 재미있으리라 생각된다. 불교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을 발견할 수 있던 점도 좋았다. 말로만 듣던 오천축도를 직접 보고 일본불교의 여러 사상도 접할 수 있었다. 일본섬을 독고로 표현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지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알고 싶어서 구한 책이지만, 의외의 수확을 거두었다. 인간의 이기적인 시각과 자만심, 탐욕도 지도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었다. 노예를 상품으로 표기하는 포르투갈, 남의 성지에 슬그머니 자기 국가의 깃발도 같이 걸어놓는 영국 등 글이나 말로서는 표현할 수 없는 시커먼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니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오지 도시아키가 맨 마지막에 개인적으로 맘에 든다고 말한 대일본연해여지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뭐 그래봤자 일본이 잘났다는 내용의 지도이겠지만, 어디가 어떻게 훌륭한 지도인지 궁금한데 말이다. 또 한 가지. 가뜩이나 실용성과 과학성을 강조하는 우리나라 사람은 아마 이런 글을 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역시 대동여지도에 대한 미련은 남는다. 만약 그가 대동여지도를 본다면 사방으로 뻗어있는 산들과 강들의 섬세함을 보고 그 미적 중요성을 간파했을텐데 말이다. '고금화이구역총요도'가 인쇄지도라고 설명하는 글을 읽을 때 안타까움은 더 했다. 일본에서도 지도발달사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역사학같은데,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멋진 학문이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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