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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내가 알고 있던 도깨비의 모습도 여러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우리나라 속의 도깨비가 엄청난 존재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돈과 권력과 여자를 마음대로 지닐 수 있는 도깨비를 은근히 부러워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소개하자면, 이 책은 엄연히 한국학에 대한 저서이다. 포스트모더니즘과 위트와 무의식과 리비도와 일링크스 등 언뜻 보면 어려운 단어들이 나와있지만, 저자는 너무나도 간단하고 쉽게 그 단어들을 도깨비의 특성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다. 성에 관한 은유만 안다면 어린애도 이해할만큼 간단하다. 또한 오윤의 정겹고도 굵직굵직 힘차보이는 도깨비 그림들이 인상적이었다. '낮도깨비 신명마당'이라는 명제 그대로 열정적이고 신명나는 그림들이었다. 도깨비의 설화를 이리저리 뒤섞어 재미있게 표현했기 때문에 심심풀이로 주르륵 펼쳐보기에도 아주 적합하다. 도깨비와는 연관없어 보이나 우리나라 최고의 꾀보 김삿갓의 시도 간혹 등장하곤 한다. 아마 도깨비가 한국 사람의 표본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에게는 자연스러운 전개라고 생각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한국학에 관한 저서라기보다는 구수한 옛날이야기 해설집같은 묘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한국학에 대한 저서를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론 이 책만큼이나 쉬운 책을 찾는다는 가정하에서.
우리나라 사람들하면 보통 '한'의 정서를 떠올리는 외국인들이 많다. 그러나 고된 일과 속에서도 노동요를 부르며 낙으로 바꾸어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볼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화가 부글댈 때 한 발 슬쩍 물러나, 울화 속에서도 말장난을 하는 한국인의 재치를 이해한다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구절이다. 한국에 관심있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속에서 살면서도 우리나라에 대해 무감해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널리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 저 재치를 배우기를 바란다. 특히 '말로서 천냥 빛을 갚는' 저 말재치를. 장난을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며 남에게 장난도 잘 못치는 나로서는 도깨비의 기지가 그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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