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청취자 퀴즈가 흘러나왔다
보기 1, 보기 2, 보기 3, 보기 4
위 보기 중 정답 하나를 골라 보내주세요
나는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다
다음 날이었다 라디오에서
청취자 퀴즈가 흘러나왔다
듣기 1, 듣기 2, 듣기 3, 듣기 4
위 듣기 중 정답 하나를 골라 보내주세요
아니 정답만 잘 찍으면 되지 내가 눈으로 예시를 보던 아님 귀로 예시를 듣던 그게 퀴즈를 내는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는데? 그냥 1번 2번이라고 하면 될 걸. 단어도 더 간단한데 왜 굳이 보기듣기라고 해야 함? 이거 아직도 이러나.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시가 상당히 정리가 잘 되어있는 편이다. 1~2부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자신과 주변 생활 이야기가 담겼다. 3부에서는 의병에 대한 연작시가 들어 있다. 4부는 1부에서 대충 예시했던,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시가 많다. 아무래도 4부는 이야기하기가 좀 껄끄러운지라 직접 책을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참한 삶의 면면들을 마주하다 보면 만발하던 꽃밭과 졸졸 흐르는 냇물 마냥 따뜻하던 나의 말마당이 꽁꽁 얼어붙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조그마한 것이나마 해주고 기도할 수 밖에 없어서 슬프다.
하늘 아침 중에서
눈부시다는 말은
그 어떤 표현으로도 적절하지 않은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아침을 닮았다
검붉은 활자들이 닫힌 하늘을 여는 동안
어둡고 긴 길은 지나치게 가파르고 험했다
많은 날을 맨몸으로 굳건히 아팠다
통증을 어루만져주던 활자를 풀고
나는 다시 첫 갈피에 새로운 글귀를 새긴다
시작은 늘 끝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므로
지난날은 점점이 이어진 커다란 원이다 언제나 제자리에서
뜨거운 궁극이다 눈물의 염도가 반짝거리는
해맑은 이슬의 소금이다 우뚝 선 솟대의 노래이다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것은 점자이다. 물론 목소리로 책을 들을 수는 있겠지만 일반인들도 현재 오디오로 책을 듣는다. 그래서 점자는 더욱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도 모른다. 시각장애인으로서 힘들었던 지난 날들을 눈물이 마른 소금으로 표현하고 이걸 문자로 찍어 별로 만든다는 시인의 생각은 그래서 독특하다.
기타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대한 묘사가 많아서 좋다. 한 사람의 모습을 문자로 그려내어 내가 거기 들어갔다 온 것만 같다.
빈집 중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이가
바다 속에 갇혀 돌아올 수 없는 아이가
멀쩡히 숨쉬고 있다
재잘대는 아이를 끌어안아도
도무지 안기지 않는 아이의 환영 때문에
아내는 오늘도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어둑어둑한 공원에 아이들 발소리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고
벤치에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아내의 초점 없는 두 눈이 흥건히 붉다
슬픔은 나눌수록 커져만 가고
하루아침에 전부를 잃은 아내의 삶이
먼발치 벤치에 앉아 단숨에 비워버린
내 빈 소주병 속에서 침몰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이들이 사고로 생매장되다시피 되었는데 교육부가 구조에 도움을 주지 않아 부모가 직접 중장비 자격증을 따서 아이들을 찾았다는 기사를 봤다. 마음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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