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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이한 마력을 일으킨다. 분명 심각한 사태를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천진난만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아이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소 딱딱한 객관적 서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제이크의 이야기는 더욱 극단적이다.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여의고 학교까지 다니지 못했지만, 결국엔 로사의 소원대로 행복해진다. 그렇다고 해피엔딩이 이 소설에 전반적으로 풍기는 핑크빛의 근본적 정체라는 뜻은 아니다. 이 소설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시위배경 또한 알 수 없는 낙천적 분위기에 한 몫한다. 말도 국적도 다른 노동자들이 넓다란 광장에서 한 데 모여 시위를 벌이고, 행진을 하고, 노래를 부른다. 글을 쓸 줄 아는 어린 여자아이 로사가 또박또박 쓴 글이 널리 화자된다. 인생엔 빵도 필요하지만 장미도 필요하다. 예수님도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가족간의 사랑, 지친 몸을 쉬게 해주는 깨끗한 집의 환경 등도 사람이 사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정신없이 일해서 밥 먹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사랑하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습관처럼 출근하고 퇴근하는 사람들은 저어기 북한이나 남아시아에 널린 기아상태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아니면 그들보다 못할 수도 있다.) 쌀 소비 촉진에 돈을 쏟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지예산은 국민들이 '장미'를 얻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지 않을까? 멋대로 복지예산을 삭감하여 장애인들과 노약자들의 꿈을 앗아가는 행위는 파렴치하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복지예산을 지키기 위해 촛불시위 때보다 더 자유분방하고 아름다운 시위를 할 날이 오리라. 본인은 조용히 분노하면서, 그 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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