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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식민지 트라우마

민족주의를 반성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지식인의 자기성찰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지만 중국인 학살에 대한 접근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왜 민족주의가 사흘에 걸쳐 119명의 무고한 중국인, 그것도 갓난아기와 서너 살짜리 유아, 임신한 부녀자와 노인까지 무차별적으로 돌로, 몽둥이로, 불로, 톱으로 공격하는 폭력, 살인, 학살로 분출되었는가 하는 의문에 답해야 하는 것이다. (...) 냉소적 태도야말로 기나긴 변설로 내용의 공허를 폭로시키지도 않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남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외국의 영화잡지 등을 미리 보고 와서 신작 미국 영화에 대한 지식을 드러내기, 사회주의 사상이 유행하고 있으므로 소비적인 모던 보이보다는 진지하고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풍기는 '맑스 보이'로 보이게끔 화려하지 않은 복장하기, 영화잡지는 외국 것 외에는 휴대하지 말기, 우울하고 경멸할 줄 아는 '천학박식' 되기, 또 최근 등장한 토키 영화를 모르면 집에서 근신하는 것이 좋고 지식과 교양이 없다면 "무조건 경멸하는 것이 모토고 철학이고 전술임을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사실 제가 약간 사디즘이 있어서 이런 피뿜는 내용 무척 즐겨보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게 20년대의 일이고 결국 중국이 사회주의 정권이 되었죠. 지금 일부 어른들이 공산당이라고 중국 싫어하시는데, 예전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소리를 들었다고 하니 세상사란 참 뭐가 일어날지 모를 일이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천과 평양에 사는 중국인들에게도 가혹한 짓을 했다. 제노사이드가 일어난 것이다. 만일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조상들이 했던 짓에 대해 대신 사과하자. 최소한 괜히 외국인들 모욕하는 창피한 짓은 안 하겠지. 레알 살인귀라고까지 불렸다 하니 망신 뻗치기 전에 외국인들과 싸우지 마라 국가 망신이다 ㅇㅇ. 뭐 동기는 이해하지만.

여기서 사회주의가 자꾸 나오는 것에 대한 설명. 1924년인가 25년에 치안유지법이란 유명한 악법이 만들어져서 국제변화(식민지 독립이나 공산주의 운동)를 기하는 일체의 운동이나 언설을 엄중히 금하게 된다. 그러나 이 법조차 내지와 식민지 조선에서 그 강도가 달리 적용된다. 당장 내지 일본에선 입법부터 일제 패망기까지 해당죄목으로 사형까지 언도받은 사례가 없는 반면, 조선에서는 각종 공산당 사건이나 농촌 관련 활동으로 사형선고 내지는 장기간 투옥되는 일도 허다했다. 일단 식민지 조선인 중 상당수가 치안유지법 전과자(...)이니 말 다했다. 참고로 크리스천도 여기 해당된다.

 


 

일상의 각 현장에서
1. 근대화되지 못한
2. 식민지인이란 멍에
란 낙인을 안고 살아야 했던 한국인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열패감, 피해자 의식은 한국적 근대화를 공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막 복잡한 학술논문마냥 대량의 정보가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통일된 주제의식 아래 전개되는 내용이 참 읽기 평이하고 재밌다. 

 

페친이 추천해줘서 읽은 책이었다. 이 책을 대체 왜 추천해주시나 했는데 완전 내 입맛이네 ㅋㅋㅋ 요샌 가급적 내 입맛이 아닌 책을 읽으려 하지만 이 책도 스트레스를 푸는 데 나쁘진 않겠다 싶어 계속 읽으려 한다. 덕분에 다시 냉정한 나로 돌아가 빌려준 돈도 다시 받았다. 돈 없고 빽 없고 여자인 내가 현재 사회적 약자이며 약자인 척 코스프레하는 인간들은 질색이다 ㅇㅇ

그런데 나는 식민지 때 유독 열등감을 느껴, 아내와 자식을 패며 화풀이했다는 구절은 공감을 못하겠다. 예전에도 지 아내를 상전이나 중국에 바쳐놓고, 전쟁에 패배하면 아내 버리고 도망가놓고, 상황이 나아지면 정조를 잃었다고 아내를 죽이거나 버리는 놈들 많았다. 딱히 일제강점기 때만이 아니라 한남이 원래 그런 인간들이다 ㅇㅇ 단지 일제강점기가 워낙 데카르챠라서 못난 인간들이 못난 본성을 더 많이 자주 터뜨렸을 뿐이지. 당장 삼국시대에도 아이 못 낳는다고 중전을 내치는 모습 꽤 나오는데, 특히 신라 중기가 심하긴 하지만 어쨌든 딱히 조선만 남아 선호 사상을 주장한 건 아니라는 증거가 된다. 물론 이것도 식민지 지배를 당했다는 맥락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항상 생각하는 게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주는가 이다. 말장난 같지만, 가령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는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고 개인의 상황마다 다르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난 그래서 국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령 나는 친일파 행위를 했거나 우파 일본인의 작품을 존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포사건 같이 접촉하자마자 우리나라를 천하게 보고 함부로 죽인 일본의 태도를 보면 정말 화가 난다. 개인의 사상이 사회를 안 좋게 변화시킨다면, 선한 사람들이 모여 그를 막고 올바른 생각을 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에도 한도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개를 키우기 싫어하는 사람이 단체 내부에 존재한다 치자.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 단체가 토론을 하는 장소에 개를 키우자 건의하고,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 않자 화를 참지 못하고 문을 박차고 나가는 것은 소소하긴 해도 이기적이고 품위없는 행동이다. 이에 대한 사회의 풍부한 토론이 필요하다. 아무튼 딱히 상대적 박탈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나라를 선진국에 뺏기는 건 우리 예상보다 더 서러운 일이다.

내가 사실 제일 싫어하는 한국인이 서재필이다. 이 사람은 사실 지가 부모 덕에 그만큼 올라온 줄도 모르고 죄없는 김부식(삼국사기 쓴 사람은 한 사람만이 아니다)을 함부로 까댄다. 더불어 우리 민족이 무식하다고 욕하는데, 바로 앞에서 양놈들이 쳐들어와 다짜고짜 때리는데 '맞는 놈이 무식하다' 이러면 분노하지 않겠냐 ㅋㅋㅋ 난 솔직히 갑오개혁 내용은 좋다고 보지만, 민중들이 왜 닥치는 대로 갑오개혁 주도한 자들을 죽였는지 서재필 보고 이해했다. 그래서 계몽인의 선민의식 말인데 ㅇㅇ... 몰락해가던 운동권 잔당들이랑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있었는데, 가르쳐도 깨우치지 않는다며 다른 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걸 보면 타자와의 거리가 어찌 형성되는지 느끼게 되더라. 관념 혹은 기술의 선점이 타자로부터의 우위로 도식화되는 경우가 많지만, 진짜 배운 사람이라면 그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경계하는 마음부터 다질 수 있을텐데 말이다. 사회운동 하는 애들은 자신의 지적 체득에 스스로 경도되거나(도취), 혹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쳤던 경험을 보편으로 승화시키지 않고 머무르는(게으름) 행위는 절대 지양해야 하겠다. 지양 못하면 결국 그것이 힙스터 정치.

그리고 웹소설 쓰시는 페친분의 친절한 설명 전문.
갑신정변후 일본갔다가 일본에서 인기좋은 김옥균이랑 수틀려서 나머지 미국감->
박영효 : 그래도 내가 조선의 부마인데 망명객 대우 이런거 없냐
서재필 : ㅅ발 그런게 어딨어 나가서 일이나 해 형
서광범(서재필 친척형인지 아저씬지) : 난 몸도 약하고 집안일도 잘 못하는데
서재필 : 그럼 버리고 간다 무능한 조선놈아 ㅃㅃㅇ
(박영효는 다시 일본가서 김옥균이랑 투닥거리며 지내고 서광범은 미국에서 골골대다 폐병걸림)
(김옥균은 깝치다가 암살당함)
(그러고 서재필 혼자 잘돼서 막노동으로 대학졸업하고 10년지남)
유길준 : 그나마 조선정치에 뭔가 도움될만한 인재가 서재필정도일텐데
윤치호 : 근데 내가 미국유학갔다왔다고 전하가 맨날 나보고 미구긴이냬...
(서재필 오는사이 갑오대신들 다 맞아죽음)
서재필 : ㅅ발 조선? 조선말? 그딴거 모름 다 잊어버림^^ 난 미구긴 P.제이손이라네~
윤치호 : 후...그래도 쓸데없는 친목질안하고 뭔가 똑똑하게 추진할만한 사람이...서재필뿐....후.....(이마짚)

우리나라가 서양의술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도 사실인 듯하다. 일단 보균자라는 게 뭔질 모르면 멀쩡한 사람을 끌고 간다고 생각하지. 게다가 병원 가던 중 발병해서 사망하면 상황이 더 최악으로 되고. 설명만 잘 했음 해결되었을 텐데 일본놈들이 했던 짓을 보면 설명을 잘 했을리 만무하고.

여담: 매일신보 백대진이라고 해서 순간 기자 백명이 몰려와서 뻗치기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역시 이름은 중요하다.

 

강원도에 사는 장우탄이란 사람이 10년 만에 상경하여 서울의 변화를 체감한 후 독립신문(1897.9.30)에 기고한 글은 실용 및 실무 지식, 기술과 기계, 문명적 제도, 구미 숭배열이 추동하는 세기말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미친 ㅋㅋㅋ 서울이랑 똑같이 되려고 나무 다 때려부쉈냐? 아무튼 무식한 건 뭘 해도 티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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