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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I dead for beautyㅡbut was scarce

I died for Beautyㅡbut was scarce
Adjusted in the Tomb
When one who died for Truth, was lain
In an adjoining Roomㅡ

He questioned softly 'why I failed?'
'For beauty,' I repliedㅡ
'And Iㅡfor TruthㅡThemself are oneㅡ
We brethren are,' He saidㅡ

And so, as kinsmen, met a Nightㅡ
We talked between the Roomsㅡ
Until the Moss had had reached our lipsㅡ
And covered upㅡour namesㅡ

 


 


 

영미시를 번역하다보면 번역이 천차만별인 시들을 많이 발견하는데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 중 하나가 바로 에밀리 디킨슨이다. 간단한 시 That love is all there is조차도 그 시의 해석을 시작하면 복잡해진다.


민음사가 사실 과하게 의역을 하는 것도 있지만. freight를 검색해보면 화물이 나온다. 또한 groove는 철도의 굴곡을 의미하기 때문에 철도의 굴곡에 맞게 화물의 무게가 골고루 나누어져야 한다는 번역이 인터넷에서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나는 개인적으로 민음사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의 화자는 에밀리 디킨슨의 비사교적인 성격을 볼 때 사랑하는 상대를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탓으로 실패의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저런 사람을 사랑하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번역에서도 또한, 화자가 사랑하는 대상이 망나니라는 암시를 담고 있다.



 

 

문학계열 페미니스트를 거론할 때마다 아쉬운 건 그들이 거의 행복한 결말을 맺지 못했다는 것이다. 에밀리 디킨슨은 실연을 일평생 가슴에 담고 살았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는(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을 택했다. 따지고보면 유명한 이 둘은 전부 남성과 제대로 대화를 하지 못한 유형이었다. 예수는 사람이 죽으면 천사같이 되어 결혼관계에 관련없이 살아간다고 했다. 과연 머가리에 섹스만 들어찬 인간(남자)들이 섹스 소리하는 걸 죽어서는 듣지 않게 될까?


아무튼 먹고 자기가 힘들 정도로 사랑해본 적이 있는가? 그런 사랑은 깨져도, 수많은 애인과 썸남 중에서도 은근히 많이 신경쓰인다. 그러나 결국 의식의 밑둥까지 뽑힐 지경까지 이르면 사람은 파국에 이르거나 죽다 살아난다. 나는 급속히 아팠고 앓기도 오래 앓았다. 그 사람도 그랬다 한다. 하지만 결국 떠나보내게 되더라. 난 살고 싶었고 그렇게 지독한 사람을 사랑하다 죽기 싫었다. 앞으로도 그 사람을 봐도 모른 척 지나가겠지. 다음엔 사람의 인성을 보고 그런 사랑에 빠질 수 있음 좋겠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공평하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사랑엔 원래 조건이 없다. 그게 사랑에 빠진 사람을 너무나 아프게 한다.



 


 

희망이란 날개 달린 것이라는 시가 있다. 간단한 시이지만 강은교 시인과 장영희 교수의 번역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강은교 시인은 큰 폭풍이라는 시련이 따뜻하고 작은 새들을 어쩔 줄 모르게 함을 강조하며, 장영희 교수는 폭풍이 불고 있음에도 가슴이 따뜻한 작은 새가 노래를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번역은 결국 공통점을 지닌 채 끝나고 있다. 희망은 어디에서나 소리를 들려주지만, 결국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함을 말이다. 이대로 포기하고 있기엔 자신이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자신의 본능이 지닌 따뜻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고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산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의 번역이 강은교 씨의 글을 싫어하고 장영희 씨를 마음으로 존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었다. 아무리 번역이 잘 되어 있더라도 결국 사람들에게 시를 쉽게 전달하는 푸근한 마음씨가 중요하다. 그래서 번역에서는 항상 의역의 여지를 남겨둔다. 물론 대부분의 쓰레기같은 번역에 비하면 두 분 다 신의 경지에 이른 건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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