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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Development

마음 하나

망월동에 갔다 와서

지난달 무슨 일로 광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망월동에 처음 가 보았다
그 정말 하늘도 땅도 바라볼 수 없었다

망월동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망월동에서는 묵념도 안 했는데
그 진작 망월동에서는 못 본 것이 보여

죽을 일이 있을 때는 죽은 듯이 살아온 놈
목숨이 남았다 해서 살았다고 할 수 있나
내 지금 살아 있음이 욕으로만 보여

 

 

 

나에게 신흥사란 복잡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현미녹차를 사라고 권하지도 않고 공짜로 주던 때가 있었는데 거기 보살님이 굉장히 살뜰하니 잘해주셔서 한때 거기 자주 들렀었다. 내가 책을 가방에 보따리로 들고 다니니 처음엔 여행자로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빈번하게 드나드니 정말 착실한 불자라고 생각했다가 이 그 근처에서 산다는 말을 듣고 정말로 깜짝 놀라셨다나? 아무튼 그 분 덕분에 자주 절 근처에 놀러다니는 경험을 했다. 성철 스님의 책을 좋아해서 그 책도 많이 샀었다.

 

 그러나 제법 소문은 흉흉했다. 일단 설악산의 땅값을 절에서 챙긴다는 것 자체가 별로 좋아보이진 않다. 게다가 보살님들과 스님들 간에 섬씽이 있다는 건 강원도에서 제법 유명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1인 시위를 하는 주부와 아이를 매몰차게 내쫓은 곳도 신흥사다. 그 옆 낙산사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놓고 찬양하는 축제를 벌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조오현이란 스님이 시도 지으면서 설악산 신흥사 조실을 살고 있다고 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신흥사의 내부가 하도 넓어서 마음이 올바른 사람 하나가 있어도 전체를 다스릴 수는 없다는 걸까. 아니면 힘써서 다스린 게 그나마 그 정도인가? 그러고보니 시인의 말에서 '물속에 잠긴 달은 바라볼 수 있어도 끝내 건져낼 수는 없는 노릇이구먼.......'이라는 말을 중얼거리고 갔다는 노인이 의심스럽다. 속내를 다 드러내지 않는 이 스님의 시는 하이쿠처럼 함축적인 시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하이쿠보다는 훨씬 난이도가 높다. 하이쿠가 갈매기 두 마리를 그리고 있다면, 그는 갈매기 두 마리가 떠난 다음 날 '울음을 그친 동해 바다'를 그리고 있다. 황동규 시인의 시 '사라지는 것들'에 답하는 시 '삶에는 해갈이 없습니다'는 제목부터 한참을 곱씹게 된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밭을 가느라 온 몸을 땅바닥에 던지고 허연 거품을 무는 대목에선 전율마저 느껴진다. 대지라는 소설을 쓴 펄 벅이 우리나라에서 소와 함께 볏짚을 지고 가는 농부를 마주쳤을 때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머리를 굴리면서 시를 읽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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