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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Comics

회장님은 메이드 사마 6~13

"맞다, 우스이 씨! 식사준비를 해준다면 뭐가 먹고 싶어요?" "..죽."

 

 

 

 먼저 사진은 더 이상 읽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사진은 텍스트라기보다는 곧장 (사진 찍힌) 대상의 표정이 된다. 사진에서 우리는 더 이상 세계의 한 조각을 바라볼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의 프레임 안에 갇힌 채 제시되는 피사체와 그 배경 너머에 외부가 있음을 떠올리는 것, 지배적인 표면을 넘어 너머의 세계를 암시하거나 비유하고 있다는 상상이나 충동을 길어내는 것은, 더 이상 사진을 보는 것에서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VOSTOK> p. 14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걸 회장님은 메이드 사마라는 만화책에서 느끼게 되었다. 이 작가가 그린 첫 단편에 투명한 세상이라는 제목을 붙인 게 미묘. 내용은 돌발적으로 죽은 첫 사랑이 억울해서 성불하지 못한 채 있는 걸 여자애가 발견, 성불하기 직전에 자신이 원하던 장소에서 그의 사진을 찍지만 상대가 유령이라서 배경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인물사진을 노렸지만 훌륭한 배경사진이 된 셈인데, 이걸 보니 그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러고보면 우스이는 훌륭한 모델같은데, 어째 무뚝뚝한 여자애는 배경같은 느낌(...) 아유자와가 우스이를 남자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무렵부터는 미묘하게 사진찍는 장면이 줄어들지만, 본편 초반에 유달리 둘이서 사진찍는 모습이 많이 나왔었다. 메이드 카페라서 더더욱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메이드 일을 하는 아유자와가 그런 일을 더 거북해하는 게 모에포인트... (응?) 아니, 미묘한 긴장감을 준다. 아유자와가 워낙 학교에서 가면을 쓰고 귀신 이미지를 갖겠다고 고집하는지라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별로 마음에 드는 전개는 아니다. 정말로 솔직하고 비뚤어지지 않은 올곧은 사람이라면 점잖게 각잡고 충고할 것이다. 나의 남자친구를 더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우스이는 확실히 뭔가 오해하는 듯한데, 그녀는 우스이가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의지가 생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막연히 집안에 대한 반항으로 집을 나온 게 아니란 걸 보여주기를. 단지 아직 나이가 어리고 생각보다 우스이의 집안 족보가 꼬여있어서 생각 정리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 생각된다. 

 

 굳이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잡자면 여러 군데에 민폐를 끼치는 사쿠라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놓고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은 아니지만, 연애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점에선 나와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런 핑크핑크한 점이 귀찮으면서도 은근한 매력이 있고, 남성이 꼬이지 않을 리가 없다. ... 자만하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 때문에 내 연애 생활엔 굴곡이 많았다. 사쿠라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은 아유자와일 것이다. 단지 친구이니까 자신에게 상담하고 의지하기를 기다려줄 뿐이겠지. 나도 정확히는 그런 마음으로 이 커플들을 지켜볼 뿐이다. 현실로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인내심이 결여되어 성이라도 왈칵 냈겠지만, 내 입장과는 관련이 없는 2차원 세계의(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완결난 작가 뇌 속의) 흐름이니까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진실해야 할 경우에도 항상 돌려 말하는 우스이가 좋은 남자이진 않지만, 인간은 누구나 단점을 지니고 있으니까. 아유자와의 적극적인 대쉬에 맞서 아주 작은 용기를 보여준, 그 정도면 봐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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