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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여행

저자
이응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2004-03-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가격비교

 

그래, 뭔가 썩고 문드러진다 하더라도 너처럼 사랑을 사랑이 절대 아니라고 부정하며 살지 않을 것이었다.-  <아이는 어떻게 숲을 빠져나왔는가> p. 83

 

 

우리나라라에서 가히 감수성 제대로 된 남자로맨스작가라고 소개할 수 있는 이응준님.

지금도 중년미 넘치는 단.발.머리 작가이지만 2000년도의 그는 거의 전설적인 미모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근데 살은 좀... 빼세요... ㅠㅠ

 

 프리카에서 로맨스소설작가를 희망하는 남자분이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이 작가의 책을 읽기를 추천해준 적이 있다. 왜 하필 이 책을 추천해줬는진 모르겠다. 그냥 문득 기억이 났다. 그러면서 다시 이 책을 꺼내서 읽게 되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 책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 1999년 친구가 암시장에서 사온 에반게리온 성인판만큼, 성경에서의 '출애굽기'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다시 말해 과학에는 전혀 소질이 없었던 관계로 달의 뒷면이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던 시절, 뭣도 모르고 들춰봤다가 컬쳐 쇼크를 받아서 황급히 다시 덮어보고는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온갖 공포영화와 비극을 아침밥먹듯 섭취한 지금은 이 책을 봐도 그 때 느꼈던 충격을 느끼지 못하고, 눈물도 나오지 않는다. 아침드라마에 하드코어와 그로테스크를 조금만 가미하면 이 책이 될 수 있을까? 그만큼 남자가 느끼는 실연이란 게 비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제가 범상치 않다. 시골 고등학교 문학회에서 짝사랑하던 여자의 성관계를 엿보게 된 남자, 창녀이면서 자신을 버린 어머니와 현재 자신의 아내를 빗대는 남자, 동성연애를 하면서도 끝까지 사랑하는 대상을 여자라고 주장하는 남자, 미성년자 창녀와 사랑에 빠져버린 중년 남자...

 그러나 그가 코믹한 이야기를 못 쓰는 건 아님을 여기서 밝혀두는 바이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나라의 분명한 기록>에서는 약간이지만 시니컬하게 유머스러운 그만의 끼가 묻어나온다. 나중에 그 끼는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충분히 발휘된다. 단지 내 생각에 젊었을 적 그는 남자의 로맨스란 이렇게 비참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표방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철저히, 무서울만큼 집요하게 짝사랑하는 남성의 시각을 유지한다. 이런 작가의 이런 옹고집이 나는 참 좋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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