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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미역치


 


쑤기미에게는 발바닥을 쏘이고 미역치에게는 손가락을 쏘인다 가만히 놔두면 될 걸 발로 짓밟고 손끝으로 희롱했기 때문 급하면 쑤기미라도 국을 끓일 수 있지만 새끼 손가락만한 미역치는 어딜 봐도 쓸 곳이 없다 오직 독으로만 존재를 알려온 이 바다 밑바닥의 삼류 인생은 도시의 지하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장삼이사의 딸들처럼 뒷골목에서 깔깔대고 뒷골목에서 아이를 낳는다 도시의 쓰레기통 옆에서 염병할 인생을 토해내고 잠들어본 사람은 안다 비수를 품기 어렵다면 독을 품어야 한다는 것을, 통영 비진도 바다는 낚시꾼의 천국이지만 2006년 내가 세상과 타협하려고 독가시를 꺾은 그 봄에는 바다 밑이 온통 미역치였다 독침으로 변한 머리 위 세 개의 지느러미를 곧추세우고 여차하면 쏘겠다고 독을 피웠다 그때 잠깐 생각했다 나는 다시 독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미 도시의 뒷골목으로 모여든 미역치의 독기서린 말씀을 내가 대신 아파주지 않는다면 이 인간 중심으로 퇴보한 세계는 폭삭 주저앉고 만다는 것을 미역을 먹고 독을 만들어야만 했던 이 작은 것들의 직립! 모든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더러워서 더 살고 싶었던 것이다

 



 

 


 

이 시만으로 난 이 시집에 백점 만점을 주려 한다 ㅋ




비판할 요소는 많다. 이 시에서는 왜 순결순진거리냐, 아내 분은 '네 여자'가 아니다 등등. 별게 다 거슬리네라고 하겠지만 사실이다. 순결 좋아하는 사람치고 멀쩡한 정신 못 봤기 때문. 남자면 더욱더.

 

이것도 어디까지나 내 경험이지만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이 꼭 가르치려는 태도 끝판왕이더만. 특히 안 좋은 경험을 종교로 극복해낸 경우 그 정도가 너무 심함 ㅠㅠ 난 롯데리아까지 쫒아와서 감자튀김 먹고 있는데 조상님 제사 전도하려던 사람 아직도 안 잊혀짐. 이 시집에서는 가덕도랑 큰어머니가 종교라 보면 된다.

 

그러나 그렇게 치부하기엔 미역치라는 저 시가 자꾸 눈에 밟힌다. 이 시집에 드러난 모든 바다 근처 사는 여성들 애환을 하나로 정리해주는 것 같다. 이 시는 요즘의 워마드 문제도 물론이거니와 삶의 모든 독기서린 사람들을 변호해주고 있다. 시로 위로가 될 줄이야.

 

또한 시인은 자기 나름대로 올바르게 살려고 계속 노력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다. 절주를 한다거나, 친척 집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을 재미있게 떠올리려 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그런 삶의 자세를 가덕도에서 배웠다면, 썩 나쁘지 않은 곳일 듯하다는 생각은 든다. 정리해보면 삶의 애환이 담긴 일인데도 먹거리 물고기와 관련지어서 얼버무려내니 와사비같은 느낌이 든다.

 

동백섬 자리돔 중에서


 


큰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배운 낚시법을 전파하였더니


동생이 하루아침에 낚시꾼이 되었다


어디서 들었다면서 동백섬에 뽈라구가 지천이라며


가자고 부추겼다


뽈라구가 올 계절이 아닌데 무슨 뽈라구?


가보니 갯바위에 자리돔이 활짝 피었다


시 속에 있어야 할 내가 시 밖에 있듯이


제주도에 있을 자리돔이 거제도에 있으니


물속 형편을 대강 알만 했다


낚여오는 자리돔마다 어머니의 외갓집에 온 듯 서먹서먹했다


힘찬 입질, 파괴적인 바늘털이가 있어야 제 멋인데


칠락팔락 맥이 없었다


남의 동네에 살러왔으니 눈치 보는 것인가


가지 마라, 여기 이 자리에서 더 이상 가지 마라


지구 온난화에 속아 속초로 인천으로 끌려가지 마라

 


 

그러나...

강원도에서 물고기가 너무 잘 잡혀 지금 아주 풍년이라 한다.

아무래도 미세먼지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거나 해서 궁여지책으로 모여드는 게 아닌가 싶다. 인천은 베이징만큼이나 상태가 나쁘다 하고.

시인의 예측처럼 상황은 아주 좋지 않다. 뭐 나야 백수인데도 물고기를 배터지게 먹을 수 있어서 좋지만. 그저께는 오징어회도 먹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뱃사람들만 알듯.

나는 낚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다. 하지만 옆에서 책 읽거나 매운탕 끓이거나 이야기 붙이는 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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