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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주간경향 1273호

더 놀라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스스로 변하려 노력하기보다는 푸념만 늘어놓는다는 사실이다.

 

자칭 남성 페미니스트의 푸념과 꼰대질을 듣는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여성이 살기 힘들지. 하지만~' 남성도 살기 어렵다 군대를 가니 취업이 안 된다 등등. 첫번째로, 군대 가도 공부할 애들은 다 공부하더라. '내 주변만 그런 건지 몰라도.'라는 드립을 여기다 써본다. 두번째로, 여성은 아주 먼먼 옛날부터 살기 어려웠다. 아직도 남성이 여성보다 살기 좋은 건 여성으로서의 상대적 박탈감이 아니라 세계적 입장이다. 자기네들이 못 산다고 해서 더 못 사는 사람들을 가르치려 드는 인간들은 최저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성범죄가 일어나는 사회를 조성한다. 더 노골적으로 말해줄까? 강간범죄의 방관자나 참여자이다.

왜 대놓고 말하는 사람보다 자칭 남성 페미니스트가 더 나쁘냐면, 자신은 하나도 바뀌려는 노력을 안 하면서 사회와 적극적으로 부딪혀보지도 않고, 아파하지 않은 채 이득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최소 젠더와 사회를 읽고 밑줄이라도 쫙쫙 쳐보자. 그리고 맨스플레인 좀 그만하고 혼자서 변화를 시도해보자. 사실 성추행 발언을 그만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입을 닥치는 것 뿐이다.

이러면 또 남자 페미니스트 깐다며 담벼락에 글 올릴 것 같은데 난 자칭이라고 했다. 자신이 자칭인지 아닌지도 혼자 공부하면서 판단해라. 남들 말에 그렇게 의존하는데 어떻게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

 

 

 

1. 얘기가 나왔으니 말하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순두부이다.

 

(덩어리 없이) 있는대로 깨부숴 만든 콩비지도 좋아하지만 역시 순두부의 무색무취에 간장을 넣어 먹는 그 연한 맛이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강원도가 순두부를 특히 잘 만든다. 그렇지만 한국적 입맛을 따지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순두부를 시키고 요리가 나오면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요리에서만큼은 소비자가 어느 정도 고집을 포기해야 한다고 본다. 소세지가 좀 태워서 나온다 한들 매일같이 그것만 먹지 않는 이상 암에 걸리지 않는다. 아무튼 고갱놈들의 시비로 인해 요샌 강원도에서도 순두부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왠만한 유명 가게가 아닌 이상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팔팔 끓는 순두부찌개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난 항시 강릉의 초당할머니순두부가 세상 모든 맛집 중 가장 좋고 항상 추천한다. 자극적인 맛이 모든 세계의 중심인 마냥 설치는 세상에서 그 가게는 순하기만 하다. 시험 끝나면 가봐야지.

2. 지금은 좀 잊혀져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으나 문 대통령의 소위 '인재'들이 과도한 역사해석으로 애국심을 주장하여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이후 차례로 미투 발언들이 등장하여 차기 대통령 후보로 유력했던(?) 안희정은 물론이요 문 대통령을 어느 정도 지지했던 김어준까지 속속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그들의 과도한 더민주 충성은 과도한 역사해석과 마찬가지로 조국을 발전시키는 데 그닥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극단적인 개혁(??)을 시행하면서 보수들은 설 자리가 없게 되었다. 이들은 어차피 최순실이 잡혀간 이후 (마치 그녀가 대본을 다 써줬다는 듯이) 벙어리가 되거나 미친 말들을 일삼고 있는지라 쓸모가 없지만 문제는 새로운 인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안희정이야 그렇다치고 김어준이 자신의 배경을 이용하여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찍찍 해대자 진보에 대한 국민들의 '선택적 지지'마저 싸하게 식어가는 듯하다. 물론 보수들의 발광이 워낙 현란해서 그마저도 묻혀가고 있지만 문제는 민주당마저 새로운 인재가 없다는 게 아닐까. 신선하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재였듯이 차기 대통령 후보는 스토리텔링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스토리텔링도 옛말인 듯 하지만.) 그리고 통통 튀고 발랄하며 끼가 넘치는 언론인도 필요하다. 물론, 이도 현재 정계에 남은 인물들 사이에선 없다.

3. 대구에서 일하는 젊은이가 서울에서 일하다 현재 국회의원 출마하려는 젊은이의 월급에서 반 정도 받는다고 한다. 젊은이 취직하면 졸라 무시하고 돈은 거지같이 주면서 젊은이라면 열정을 가져야지 소년이여 신화가 되어라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니까 그렇지. 제발 공감 안 되면 니 손주손녀라도 보면서 젊은이들 안타깝다는 생각을 가지길 바란다. 니가 돈 없음 니 손주손녀들 다 보통이고 너네 생각처럼 막 서울대 문 때려부수며 등장해도 잡혀가지 않을만큼 공부 잘 하는거 아냐 ㅇㅇ
그래도 인터뷰 중에서 홍준표를 '여자에게 함부로 대해서 싫어하게 되었다'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봤다. 젊은 층 사이에서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날 듯 하다 ㅋ

4. 김어준 이야기 더 하기. 사실 김어준이 그날 바다를 타이밍 좋게 방영했던 건 사실이다. 미투도 충격적이고 개인에게 평생 영향을 미칠만한 사건이긴 했으나, 세월호는 앞으로 한국의 역사에 기록될만한, 국민의 트라우마이기 때문이다. 덮일 만한 소지는 있었다. 그러나, 그날 바다가 리얼이나 트러블 초콜릿 급으로 풍지박살난 이유는 세월호가 가라앉은 원인을 밝히려 했기 때문이다. 가볍게 예를 들어 내가 일하던 중 일방적으로 상사에게 혼났고, 이를 친구에게 말했다고 하자. 내가 그 상황에서 당장 받고 싶은 건 위로이다.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에 왜 내가 혼났는지 알고 싶지 않으면 알지 않아도 된다. 혹은 내가 꼭 알아야 된다고 할지라도 내가 기분이 내킬 때 스스로 찾아보거나 상담가에게 도움을 청할 자격은 있다. 그러나 친구가 '너는 저래서 문제야'라고 하면 기분이 확 상하기 마련이다. 확실하게 꼬집어 이야기해서 기분이 안 좋은 문제가 아니다. 친구 말고도 온 사방에서 '이게 문제인가?' '상사가 문제지' 등등의 다양한 평가가 쏟아져 나오는 시점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게 문제다. 특히 '오빠가 해결해줄게' 같은 태도는 최악의 문제를 낳는다.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뭐든지 해결해드리는 슈퍼맨 오빠는 필요없다. 그렇다고 자기 의견을 내지 말라는 건 아니고...
난 차라리 김어준이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처럼 책을 냈다면 비판이 덜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책은 줘도 읽지 않을 자유가 있다. 북콘서트에도 핑계를 대고 참여하지 않겠단 의사만 밝히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영화가 워낙에 파장이 크고 보편적으로 먹히는 편인지라, 세월호 유족이 시사회에 참가하지 않기엔 좀 힘들다. 요컨대 거절할 수가 없단 얘긴데, 그런 걸 보면 김어준은 자신의 명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월호 유족들을 이용하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김어준 그는 갔습니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건 이미 상관없지 않나. 무조건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장사는 되는 셈인데 왜 자발적으로 망쳤을까(...)

5. 입영 후 귀가조치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이제야 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서 군 적응 못하는 사람들은 걸러낸다는 것이다. 지난날은 잊기로 하겠지만 뭐냐 이 기사 속 시궁창과 혼돈파괴망가는. 병무청에서 합격시켰다는 걸 보면 병무청에서 문제아들이 높은 자리에 있다는 건데 이거 좀 조사했음 좋겠다. 월급도 안 주고 애들 용돈 같은 거 던져주는 주제에... 요새 젊은이들 취직 못해서 몇개월 며칠이 인생을 좌우하는데 군도 일찍 못가고 걍 최저임금 알바나 하면서 인생 배우라기엔 너무 개소리 아닌가? 냄져들은 또 이 글 보고 우리 군대 욕하지 마요 쉬익 이러려나?
아 생각할수록 또 화나네. 얘들아 정 니네가 판단을 못하겠음 심리학 전공자를 부르던가. 더 싸게 부려먹으려면 사회복지사도 있어요. 청년들 가지고 장난하지 마라.

 

6. 전자발찌 출국 허가 여부에 대해 보호관찰소와 출입국관리소의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 한다.

 

이것 또한 5번처럼 기관의 의견일치가 되지 않아서 벌어진 상태인데, 이 녀석을 죽여야 했다 하는 과거에 대한 후회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이런 놈이 해외로 갈 수 있다는 데에 문제 삼아야 한다. 범죄자들이 해외에 마음대로 갈 수 있고 거기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가 과연 그 외국에서 우리에게 벌인 실수에 대해 제대로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현재는 중국과 일본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대만에서 잡힌 범죄자도 있는 걸 보면 연락이 끊긴 범죄자 중 상당수가 해외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7. 요새 여비서에게 요강을 치우라는 얘기를 했다고 떠들썩한데 사실 옛날엔 자주 그랬다. 일단 간병인이란 개념이 자리잡은 게 2000년대 초반이다. 그 후로 2013년 내가 취직했을 땐 커피를 타오라며 심부름을 받았으며(결국 홍수로 타왔다고 핀잔 듣고 나는 커피가 아깝지 않느냐 물을 잔뜩 타서 아껴 마셔야 한다는 일장단연설을 했던 걸로 기억; 확실히 아직 녹색당에 빠져있던 때라(...)) 무릎도 꿇어야 했는데, 상사가 한 말이 '니가 마음에 안 드니 나가게 해달라고 업체에 말하면 너 잘린다'였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 난 자발적으로 퇴사했고(월급 관계로였다.) 이후 해고로 정규직들까지 다 잘린 상태이다. 정규직들 업체들에게 잘 해줘라. 업체들 다 갈리면 다음엔 너네다. 그동안 종이컵에 담배 채워넣고 가래침 뱉었지? 너흰 요강을 치워보자 ㅇㅇ

 

더 정확히 말하자면 등장인물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라드츠제국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그녀'로 불린다. 성별에 따라 호칭을 달리하는 관습은 제국의 지배에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일부 후진사회에서나 통용될 뿐이다.

 

그녀라는 단어가 하도 욕이나 과도하게 신성시하는 말로 쓰여졌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에도 '그'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게 당연시된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생각도 하지 않았던 차별을 차별이라고 지적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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