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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리오타르, 왜 철학을 하는가

이제 소쉬르를 열쇠 삼아 클로델을 다시 펼쳐보십시오. 클로델은 그저 모든 실재가 신이 구사하는 언어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횔덜린의 말대로 철학은 신의 침묵과 동시에, 절망의 시대에, 사물들이 이루는 다수의 통일성이 사라지는 시기에 시작됩니다.

 



 

 

요새 공부할 땐 집에서 주로 영상을 본다. 개인적으로 두 부류를 동시에 공부하고 있는 공부하고 있는 사정인지라 유명한 사람들의 강의를 집중적으로 듣는다. 소리내서 읽는 책들이 있다. 주로 철학처럼 무슨 뜻인지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읽는 책이나 시집이다. 오늘은 영어 공부를 하루종일 하고 집 밖으로 나와 걸으면서 리오타르를 읽었다. 머리 속이 상쾌해진다.


물론 나는 자신을 과시할 생각이 없으며 절대 이 책이 힐링서라고 할 생각이 없다. 도리어 머리는 과열되는 느낌이다. 단지 철학에 대한 그의 명쾌한 정의가 산뜻하게 다가온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두철수의 메뚝 씨는 '맞는 것은 맞으며, 틀린 것은 틀리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몇 달 후 사람들은 '팩트 체크'라는 줄자를 그에게 들이댔다. 그가 어디서 살고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려 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궁금한 마음도 있고 전화도 받아본 적이 있지만, 의도적으로 무관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진리가 아닌 인물을 쫓을 수 있는 결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몇 이들의 팩트 체크에는 악의가 숨어있는 듯하다. 이는 한국에서 보이는 특징인데,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옛날에 어떤 여자 혹은 남자랑 섬씽이 있었는지를 굳이 밝히려 하는 따위다. 없으면 그만이라 웃어넘기려 들고, 만약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동네에서 쫓아버리려 하거나 '뭐야 이런 사람이었네 나 이 사람 알아'라면서 시덥잖은 말을 한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유명한 성철 스님도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그이고 진리는 진리인데 어째서 인물을 배척하거나 추종하는지 알 수 없다. 메뚝 씨는 사람이고 물론 그러므로 그에게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 진리에 불만이 있다면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일이지 않는가. 고유한 생각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을 혐오한다는 것은 철학자로서의 직업적 정신이 아닐까.

다만 올바른가 아닌가는 둘째치더라도 진리를 추구하는 자는 종교를 믿더라도 광신으로 빠지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도교 신자였고, 가톨릭대를 다녔다. 그러나 성경을 읽는 데에 단순히 흥미가 있을 뿐이었다. 물론 이도 성경 구절이 문학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흥미였고(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이걸로 논문쓸걸 그랬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아니 왜 갑자기 영어 조기교육에 빠져서 내가 생각해도 개쓰레기같은 논문을; 그때부터 내가 너무 보수적이고 안정된 걸 추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복수전공이 아동학과라고 해서 영어를 합치면 혼종일 뿐이란 걸 그 땐 생각 못 했었나봄. 오히려 지금이 진보적이 된 편이랄까.. 딱히 그래도 취직이 되지 않아 지금과 똑같은 길을 갔을 것 같기도 하고.) 그 이상의 흥미가 있지는 않았다. 다만 이제 성당 갈 일은 없을 듯하다. 그 점에선 리오타르의 말에 공감한다. 공부는 혼자 해야 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놀랐던 게 내 예상보다 독해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아니 사실 원래부터 독해능력이 없었는데 그걸 늦게 깨달은게 아닌가 한다. 태어나면서 처음 떠오르는 기억부터 대학생까지 난 쭉 자각몽을 꾼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깨어났다고 생각한 게 거의 2~3년 전쯤이다.) 국어도 의외로 문학 지문 중 더러 틀리는 게 있었다. 생각해보면 철학은 내가 대학을 다닐 때에도 4차원들이 듣는 학문으로 인식되는 게 있었다. 그러나 리오타르는 이에 단호하게 반박하며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도리어 허황되지 않느냐고 공격했다. 그러고보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이 책의 내용을 잘 캐치하지 못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난 4차원이다,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한다라는 말로 웃어넘긴 것 같다. 엄연히 진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개인차'가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이미 귀를 막고 세상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냈던 게 아닌가 반성해본다. 수능 시험이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면 이번 공무원 시험은 내가 정확하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 같다. 특히 영어 독해를 들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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