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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

꽃을 버리며

오늘 아침 꽃병의 꽃을 버리듯
만약 버림받는다면 나는
나를 버린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그도 나처럼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그랬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는 나보다 더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라
상처가 나를 버린 것인지 모른다.
내가 배고플 때 나 대신 아무도 밥 먹어줄 수 없듯
내가 버리지 않았는데 나 대신 나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가 설령 나를 버렸다 해도
그것은 그를 더 이해하는 기회일 뿐
우리는 단지
세상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조금 더 이해받고 싶은 것이다.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우리는 먼저 버리려 한다.

 

 

 

 
연애 시작한 19살부터 쭉 제가 버리는 입장이라 반성하며 깊이 공감합니다(...)

 

아는 사람이 결혼하기 전 조건 두 개를 내걸었다고 한다. 자신에게 두 번 이상 잔소리하지 않기와 소리지르지 않기였다고 한다. 결국 결혼은 성사되었지만 그건 아는 사람이 절대 양보하지 않았고, 결혼 상대자가 굽힘으로서 들어간 결과라고 본다. 물론 소리지르는 건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이것저것을 재보고 따지는 일은 좋지 않다. 아는 사람 자신도 집을 청소하지 않는 등 완벽하지 못하다. 서로의 성격 차이가 아니라, 서로 굽혀주지 않는 데서 나오는 갈등이 아닐까.

자유와 위안의 시편이라는 부제가 있는데 계속 위안을 주지 않는다. 왜일까? 목적을 가지고 글을 쓰면 오히려 목적한 것과 더욱 멀어지는 듯하다. 내 글을 보고 사람들은 위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데... 이 시인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는 걸까. 그리고 가진 게 없으면 경청을 하게 된다는데, 일단 가진 게 없으면 강제로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닐까 싶다. 포지티브하게 가즈아? 추천받아서 읽은 책었지만 기대치에 너무 못 미쳐서 무지 설렁설렁 읽고 있다. 아름답지 않은 건 죄악인 듯 하다. 시라고, 문학이라고, 예술이라고 써 놓은 것들은 더욱 그러하고 말이다. 그냥 편하게 써 놓은 수필 같은 일기같은 그런 것들은 기대치라도 낮으니 가끔 의미있는 글이 나오면 즐겁고 감동적이기까지 한데 이런 건 뭐 그냥.. 후..

 

낙산을 걷다

생이 아플 무렵 낙산을 걷는다.
조금 헐렁한 신발과 멀리 있는 그리움과
걷다가 자주 쉬는 약한 무릎 데리고
시린 이빨같이 생이 흔들리는 흔들리는 날
낙산을 걷는다.
물들어도 물들지 않는 내 안의 잎들과
끝내 안아보지 못한 슬픈 어깨와
적막이 깊어 더 내려가지 못한
돌층계 밟으며 외로움 따라 밟는다.
디딜 때마다 끌려오는
생의 무게와
남아 있는 길의 남아 있지 않은 위안과
어둠의 등 뒤에 누가 있는지
고요의 그림자가 성보다 크다.

 

 

검색해보니 서울에도 낙산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2015년에 이 시를 포스팅한 사람은 양양 사진을 걸어 놓더라. 낙산사 돌층계를 생각하며 낙산으로 찍으련다 ㅋ 자연환경을 보호하자 외치는 분위기상 서울에 대한 시를 쓸 시인은 전혀 아닌 듯하며, 이 시 이전에도 제주도와 강원도를 다룬 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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