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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젤리와 만년필 2호

애인은 내게 결혼은 아침마다 내리고 싶은 곳에 올라타는 거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애인을 놀이동산으로 데려가 롤러코스터를 태웠다. 애인은 소리를 질렀다. 내릴래! 내릴래! 롤러코스터에서 내린 이후에도 애인은 소리를 질렀다. 내릴래! 내릴래! 길을 걷다가도, 식탁에 앉아서도, 시금치를 집어먹다가도, 내릴래! 내릴래! 하며 젓가락을 집어 던졌다. 헤어질 때도 내릴래! 외쳤고, 다시 찾아와 사랑을 원할 때도 내릴래!라고 했다.

 


내가 싫은 사람과 만날 때의 상태랑 비슷하네 ㅋㅋㅋ 결혼하면 안 될 사람이었구만.

항상 이런 애들이 있다. "이래봤자 니가 이길 거라고 생각해?"라던가 "무언갈 무작정 반대하고 있으면 대책이 저절로 세워질 거라 생각하나 보지?"라고 하는 속이 배배 꼬인 사람들. 내가 생각하기엔 초광속 네트워크로 뒤엉킨 우리나라라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아픈 고양이가 있을 때 사진을 찍어 공유한다거나. 가끔 정말 도움이 필요해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의 SNS에서 다수의 익명이 왜 병원을 가지 않느냐며 욕설부터 퍼붓고 본다. 내 친구는 어느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취미로 만든 자신의 작품을 그 가게에 걸어놓고 그 사진을 찍어 어느 카페에 올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주인장이란 사람이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올리고 내 친구를 향해 눈을 내리깔더니, 내 카페에서 가게를 홍보하는 건 그만 하라고 대뜸 소리를 질렀다 한다. 고양이, 고양이를 돕고 싶었던 사람, 내 친구가 왜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앞뒤 사정 알아보지 않고 자신들의 더러운 속내와 그들의 속내가 같은 줄로만 안다. 그리고 마치 인간을 게임 캐릭터처럼 조종하려고 한다.
싸움을 시작한 사람이 싸움을 끝내야 할텐데 도리어 그들은 네가 죽어야 싸움을 끝내지 않겠냐며 소리지른다.

확실히 난 황도같은 성격이 되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아라는 캐릭터는 매혹적이다. 단순히 정리를 잘 해줘서가 아니라 자신의 불편함을 직설로 내뿜는 그 시원시원함이랄까. 그나저나 내용상으론 굉장히 힘들게 사시는 분들 같은데 (특히 미아 분은 나도 간호조무사로 살았던 적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나처럼 뒷정리 못할때의 그 마음 조금 안다.) 의견을 잘 맞춰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란다.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거다. 이율배반이다. 내 경우는 이목구비가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화장을 조금만 해도 티가 확 난다. 그래서 일반인처럼 화장을 하면 왜 그리 화장을 진하게 하고 다니냐는 말을 꼭 듣는다. 취직할 때마다 몇 번씩 내 이목구비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줘야 하고, 그들처럼 화장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물론 그 과정도 굉장히 번거롭지만 그 때마다 내가 듣는 여성혐오 발언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했다. 여자이기 때문에 밤에 다니면 위험하다, 짧은 스커트 입지 마라 등등의 말은 초기에 니가 뭔 상관이냐 하고 딱 잘라야 한다. (난 아재라서 그게 나쁜 말인 줄도 몰랐다.) 나중에 성추행 당하면 꼭 피해자가 된 내 탓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여시처럼 꼬리쳤댄다. 화장을 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면서요.

가해자의 부모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전애인은 가해자의 엄마를 다룬 영화를 보고 대뜸 가해자의 엄마를 욕했다. 물론 영화에서 어머니가 계속 우는 아이를 기르기 힘겨워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공사판 중앙에서 멍하니 서 있는 장면이 나오긴 하다. 하지만 케빈에 대하여는 부모와 아이가 계속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이지, 어머니를 욕하는 정도로 끝날 영화는 아닌 듯하다. 혹시나 자신이 가해자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내 어머니는 일단 그런 해로운 책은 보지 말라고 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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