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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Development

나를 닮은 너에게

"주님, 저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당신의 뜻이면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놔두겠습니다."

 

 

 

 

 이 책이 성인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에 소홀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일단 1인칭 화자이자 주인공이 남성인 예수이니까. 그렇지만 유달리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귀동냥으로만 듣던 성녀의 글귀도 나오고, 심지어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성녀의 이야기도 나온다. 중요한 테마는 아니지만, 이 책에 관심이 있어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쯤 그 분들의 업적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그 현상이 좋던 나쁘던 간에 성녀에 대해 따로 관심을 가져주는 종교는 천주교가 거의 유일한 건 사실인데, 그나마도 그들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얼마 없어서 안타깝다.

 

 자기계발서 같이 보이지만 종교 전문 서적에 아주 가깝다. 예수님이 '나'이고 이 책을 읽는 저자가 '너'라서 그러는 지도 모르겠다. 잘 알겠지만 '나'를 주어로 하면 보통 '내가'가 되고, '너'를 주어로 하면 보통 '네가'가 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알다시피 이게 발음이 무지 힘들고, 텍스트 상으로도 '내가'와 '네가'가 반복되다 보면 간혹 그 구절이 '내가'라고 쓰여져 있었는지 아니면 저 구절이 '네가'라고 쓰여져 있었는지 방금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구분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이 책은 정신을 집중시키기 위해 소리내서 읽었는데, 처음에는 구분하기 위해 '네가'를 입을 크게 벌리고 강조해서 읽었었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다 '내가'로 읽어버린 것 같다. 어차피 예수님과 내가 하나로 되는 게 주제이니, 편하게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주로 미사에서 성체 부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기도할 때 성심성의껏 하는 방법에 대해 쓰여 있다. 기도문을 외울 때 급하게 하지 말라는, 일상생활에서 신도들이 무의식적으로 저지르는 실수 말고도 일이 바쁘더라도 항상 기도하면서 살 수 있도록 순간적으로 집중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명상 방법보다도 훨씬 효과적인 책인 듯하다. 명상은 좋은데 종교는 싫다고 쓸데없는 책 읽지 않길 바란다. "나 말고 다른 신을 믿어라"라는 말이 거북한 건 이해가 가지만, 진리에 다가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 고집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내 생각에 기도만큼 명상과 집중 훈련에 효과적인 건 없다. 기도는 명상 따위가 아니라는 저자의 의견에 반하는지라 좀 미안하긴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난 그 느낌이 좀 더 강해졌다. 기도의 단어와 문구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분심이 들면 의탁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예수의 마음과 내 마음을 일치시키고 분심을 바치라는 말이 명상이 아니면 대체 어떤 걸 의미한단 말인가.

 그러나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는 이야기는 저자의 상상력이 너무 들어가서 솔직히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손을 못박힐 때 중추신경을 신경쓰셨겠는가? 의학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개인적으로 그쪽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겠지만, 그 글을 읽는 독자의 마음으로선 그 고통이 느껴진다기보다는 너무 멀리 나간 느낌이다. 한 문장만 쓰면 좋았을 것을 자꾸 두 문장 세 문장을 써서 책의 전반적인 메시지를 다 망칠 뻔했다. 종교에 관련한 책이 흔히 그렇지만, 독자가 알고 싶지 않은 저자의 개인적인 신앙 부분은 책을 쓸 때 자제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다.

 

P. S 기독교를 상당히 진지하게 믿는 또래의 말에 의하면, 기도는 채우는 것이고 명상은 비우는 것이니 전혀 다르다고 한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명상은 관상기도에 가깝다는데 난 명상 자체가 안 되는 사람이고 천주교인으로서 기도를 진지하게 해본 게 초등학생 때니 거의 20년 전이라서 잘 모르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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