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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다이어리 소노다 우미

뒤로 돌아서면ㅡ지금까지 지나왔던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아키하바라의 빌딩들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그곳을 나와서 커다란 도로를 몇 개 건너고, 이렇게 돌아온 저희의 마을에서 바라보니......
그곳은 마치 주위의 어둠 속에서 떠오른 커다랗고 눈부신 섬처럼 느껴졌습니다.
두 곳으로 나뉜...... 피안과 차안.
가슴이 먹먹해져 오고.
습하고 서늘한 바람이 선뜩 불어와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꽤 많이...... 변했구나."
어느새 곁으로 다가와 저처럼 아키하바라의 눈부신 빌딩 숲을 바라보고 있던 호노카가, 혼잣말하듯 툭 내뱉었습니다.

 

 

 

일단 우미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캐릭터다. 

 

 각본가부터 이 캐릭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러브라이브의 기본적인 골격이 마을과 마을에 위치한 학교에 대한 사랑을 기초로 하는 만큼, 옛날부터 마을의 전통을 지켜왔던 그녀의 위치는 범상치 않다. 어머니가 일본의 전통 춤을 배우고 있고, 아버지는 일본 검도에 정통한 분인 만큼, 모든 스포츠와 도예에 만능인 그녀는 상당히 완고하고 도도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런 만큼 그녀의 인기는 수직하강하기 딱 좋았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데릴 사위로 장가갔었다는데, 남자의 자존심을 아직도 고집하는 고지식한 파오후 남자들 사이에서 솔직히 우미에게 장가가겠다는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오타쿠 계열에서 부잣집 도도한 아가씨를 보는 시선은 조금 복잡하다. 집안에서 교육을 잘 받아서 순결은 잘 보전하고 있을 것 같지만, 교육을 받은 만큼 모든 남자들이 자신들의 레벨에서 가르치기 딱 좋은 백치미와는 억만년 거리가 멀어진다. 그러나 소노다 우미의 경우 점점 첨단 도시로 변해가는 옆 마을 아키하바라가 자신의 마을까지 점령할까봐 걱정하는 그런 안타까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아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녀의 철벽같은 도도함을 무너뜨리기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똑똑해야 호노카의 그림자던 뭐던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각본가가 택한 방법은 성우계에서 제법 관록이 있는 미모링을 우미 성우로 채택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풍부한 표정을 그려넣었는데, 언뜻 보면 단순해보이지만 이게 각본가 쥿키의 신의 한 수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때문에 소노다 우미를 놀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녀의 오묘한 표정을 캡쳐해서 올려대기 시작했고, 결국 그녀의 3D같은 면모를 좋아하는 미묘한 팬층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마이너틱한 유명세가 붙으면서 여성들이 뮤즈 팀원 중에서도 유달리 튀는 우미를 좋아하기 시작하고, 러브라이브 팬층 자체가 단순히 아이돌로서의 면모만을 좋아하는 것만이 아니라 뮤즈의 다른 점들도 의식하기 시작하는 등 다양성을 띄게 되었다. 

 

 

 

그리고 우미의 매력을 알려면 애니 자체에서 끝내지 말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TVA와 달리 드라마 CD에서는 영상편지 끝에 키스를 날리는 의외성을 보이며, 장난기도 풍부하다. 그리고 스쿨 아이돌 다이어리에서 호노카를 사모하는 듯한 돌직구들은 확실히 그녀의 독백에서만 나올 법한 것들이다. 이걸 입밖으로 꺼낸다면 호노카-코토리-우미 삼각관계를 깰 수 있을 텐데. (호노카와 니코를 제외한) 러브라이브 팀원들도 왠지 우미에게 러브콜을 마구 날리는 기세여서 심상치 않았다. 특히 마키가 자기와 사귀어 달라는 등 엄청나게 달라붙었는데, 아니 니코는 어쩌고 여기서 그러시나요...?

 

 

 

팬층에서는 우미와 코토리를 맺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기엔 스쿨 아이돌 다이어리에서 우미의 호노카에 대한 공세가 너무 강하다. 일단 몇 글귀만 뽑아보자.

준비운동을 하던 중이라 린과 서로 등을 맞댄 채 팔을 엮고 있던 호노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동그랗고 커다란 호노카의 눈.

 

호노카가 없는 뮤즈는 역시 어딘가 부족해 보이거든요. 마치 레몬 조각이 들어있지 않은 콜라처럼. 겨자를 뿌리지 않은 우무묵처럼. 팥이 빠진 녹차 팥빙수처럼ㅡ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마음 속의 모든 것을 차지하고 마는 순수한 동경심. 그것은 자신의 의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감정이니까요.
제게도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매우 눈부시고도 매우 소중한 사람. 반짝반짝 빛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은 결코 그렇게 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 동경하는 사람이 있고- 설령 그 대상과 성별이 같더라도, 그런 것과는 관계없이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다만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상대가 극히 가까운 곳에 있으며, 이따금 그 마음이 저를 극심한 혼란의 도가니에 밀어 넣기도 할 뿐.......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배 속에 있던 시절부터 쭈욱 소꿉친구인 저와 호노카.
분명 이대로 어른이 되어서도.
아줌마가 되어서도.
할머니가 되어서도.
저희 두 사람은 지금처럼.......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까지라도.......

 

 나중에 코토리 버전에서 상세히 쓸 생각이지만 호노카의 친구는 우미 말고도 코토리가 있다. 아무래도 의식적으로 코토리를 언급하기 피하는 이유는 질투가 나서가 아닐까? 자신이 먼저 호노카와 친했는데 코토리가 끼어들었고 심지어 그녀는 여성스러운 면모가 충만하니까.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우미가 부끄럼을 타기 때문에 호노카에게 자신의 애정을 어필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이라면, 코토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가 없어서 호노카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어찌보면 상당히 우유부단한 성격인데, 그에 비해 우미는 호노카에게 한결같은 마음을 품고 있어서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든다. 호노카와 코토리가 죽을 때까지 친구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확실히 호노카와 우미는 죽을 때까지 친구가 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호노카 어머니와 친한 우미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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