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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구별짓기 하

내내 마찬가지인데, 시간이 있어야 해요. 다른 무엇보다도 내게 없는 것은 시간이에요. 내게 시간이 있다면 모든 것에 대해 지식을 쌓기를 좋아하고, 어떤 것, 아니 모든 것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을텐데. (...) 다시 말해서 좀더 지식이 있다면 누군가와 더 많이 토론할 수 있고, 많이 알지 못할 때는 격리된 채로 남아 있게 되지요. (가정부)

 

 

 

이런 자료가 있으면 진작 초반에 공개하지 프랑스 역사 무식자를 가지고 르 뿌엥? 무슨 이상한 신음소리같은 소리 하고 있으면 그게 뭔지 내가 어떻게 알라는 거냐.

 

 끝나가고 있는 건 확실한데 점점 판타지 세계관 보는 기분이다. 아님 외계어 판독이나. 암호 풀이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아무튼 2달만에 다 읽기는 했다. 지금도 이 책을 다 읽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상권에서부터 페이지가 계속 이어지는지라 문장을 보려 노력해도 자꾸 밑에 있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눈이 갔다. 옮긴이후기도 책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볼 때, 이 책은 990페이지에서 끝난다. 보통 논문에서 파생되어 나온 책들이 몇 권으로 나눠지는가는 상관없이 그렇게 페이지 수를 쭉 표기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실물로 본 것은 처음이다. (혼모노다!) 아무튼 이 책 덕분에 다음엔 이보다 더 쉬운 책들을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게 될 듯하다 ㄷㄷㄷ

 

 

 

 

상권에 비해 하권은 유독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인터뷰한 게 많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한숨 돌리고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 거 같다.)
그리고 도표보다는 그림이라던가 왜 찍었는지 모를 흑백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다시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읽기 편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진 중에서는 이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위의 사진에서 저 아주머니 둘은 무슨 관계일까. 아래 사진에서 저 두 사람은 왜 의자 세 개 간격으로 서로 떨어져 앉아 있을까. 왜 그 옆의 글에선 '팬'이 광신적 배외주의로 흐른다고 나와 있을까. 

 

 결론은 이거 아닌가 싶다.
 1. 돈 말고도 자본이 많은 애들은 다 말이 진짜 많다. (불평 불만도 죨라게 많다.)
 2. 그러면서 자본 없는 애들한테 꼭 한 마디 한다.
 ex/ 일기 혹은 소설 쓰고 앉았네. 그럴 시간에 도서관이나 가.
 3. 근데 시간도 자본이다. (모모!)
 4. 빈자들은 점점 분노하게 되면서 사회관계자본도 잃고 문화생활도 때려치고 정치도 때려치면서 꼰대가 된다.
 5. 근데 인간으로 지구에 태어난 이상 이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 죽음? 장례도 구별짓기 ㅇㅇ
 부르디외가 트럼프 현상을 봤다면 뭐라고 해석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 ㅎㅎ 그런데 그것도 구별짓기다. "높으신 분들은 이해를 못해요~ 대학교 대학원 나오면 뭐해? 그 따위로 살면서~" 트럼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치 이렇게 끝없이 재생되는 히든 트랙이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샤이 트럼프라고 불리는 미국 시민들도 그 히든 트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겠지.

 

 

투쟁 속에서 그리고 투쟁을 통해서만, 신체화된 경계들은 구체적 경계선이 되는데, 사람들은 그것과 충돌하며 그것을 이동시켜야 한다. (...) 그러나 이 분류체계는 사람들에게 정신구조를 강제로 부여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의도한 대로 보고 믿도록 하는 특징의 상징적인 권력을 갖게 될 때에만 비로소 그 질서의 유지에 나름의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머리보다는 몸으로 밀어붙이며 투쟁하는 게 제일 좋다는 게 부르디외의 결론이다. 문화의 중심이 되고 싶다면 양극단에 밀리지 않는 새로운 관점을 항상 유지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힘써야 하며, 반드시 권력체계로 올라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글쎄. 난 분류하자면 오타쿠(대중적)와 순수문학계 사이에서 골고루 문화를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중류층에서 하류층으로 몰락한 편이고 딱히 다시 기어오르기도 싫어서 이 책에 쓰여진 구별짓는 사람들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순수문학계도 아니고 오타쿠 층에서 왜 애니메이션 감독이나 성우 운운하면서 어떤 작품을 무턱대고 쓰레기라 비난하고 자신을 P (프로듀서. 아이돌마스터에서 캐릭터를 아이돌로 양산하는 게임의 주인공격 인물이다. 구별짓기에서 말한 대로라면 그들은 아이돌을 발탁해내는 천부적 기질이 있는 신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격상시킨다.)라거나 제독(칸코레. 배를 여체화시키는 게임의 인물로서 역할은 P와 비슷한 신적 역할이다.)과 일치시키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달까. 페친을 끊는 건 물론이고 반경 10m 밖으로 피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는 가난한 사람들도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둥의 말을 하지 않겠다.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봉사하지 않으면서 개인의 노오력 부족을 비난하는 비열한 발언이었구나 싶다.

 인상적인 글귀들은 아주 많았다. 상권에서 주로 학교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면, 하권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연극에서 정치까지. 그러다보니 주제를 나눌 수밖에 없을 듯하다. 단편적인 글귀를 위주로 하여 리뷰를 진행해보려 한다.

 

 

 오늘날의 직업여성들에게 접대란 계획을 뜻한다.

 

 최근 '한끼줍쇼'라는 코너가 JTBC에서 방영 중이다. 손석희 사장님으로 유명한 그 종편방송이다. 아무래도 프로그램이 유명하다보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게 아닌가 싶은데 한 마디 좀 하자면 그 방송은 제약이 있다. 혼자 있는 남성한테서나 아주아주 부자인 케이스에겐 얻어 먹을 수 있지만 쁘띠 부르주아나 아주아주 가난한 케이스에게선 얻어 먹을 수 없다. 보안의 이유도 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 외양 등을 신경써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드니까. 접대는 인텔리하면서도 따뜻한 가정집답게 보이고 싶은 여성들의 매우 치밀한 계획이다. 그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솔직히 나는 부담감을 느꼈다. 낯선 사람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데, 받아들이지 않거나 받아들여도 식탁이 조촐하다면 인색하다고 비난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꼈으니까.

 브레네 브라운의 경우도 옆집에 이사온 이웃이 인사하려고 벨을 눌렀을 때, 자기도 모르게 어떤 CF틱한 장면이 뇌리에 떠오르면서 그 장면에서 나오는 가정의 이미지와 지금 자기 집안의 현실을 비교하며 수치심을 느껴 집에 없는 척을 했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없는 틈을 타 집을 축성하기 위해 신부님을 불렀다고 한다. 내 방에 들어가고 나서 '대체 따님은 무슨 일을 하시는 겁니까?' 하고 물었다고... 그도 그럴 게 책들이 라노벨과 환경운동책과 마르크스와 프로이트로 범벅이 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신부님은 어떤 종류의 책에 더 눈길이 가셨을까? 어머니가 은근히 책이 빼곡한 내 방에 대해서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기분은 알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나는 아마 신부님에게 내 방의 축성을 부탁하는 일은 없을 듯하다. 쓴 웃음이 절로 나온다.

 

 

레테르 효과

그러나 그가 어느 정당에 속하는 지를 말하기 시작할 때 더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가정부)

 

 레테르 효과는 내가 상대방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행동을 말하고 칭찬하여 상대방이 그걸 습관화하도록 도와주는 걸 말한다. 보통 양육에서 쓰는 방식인데, 확실히 여성들에게서 종종 그런 정치행위방식을 많이 보는듯. 아니 근데 솔직히 이렇게라도 해야 사는 게 사는 거지. 내가 10년을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보냈는데 아주 죽을 맛이라고.

 

새로운 문화매개자들은(가장 전형적인 것은 TV나 라디오의 교양프로그램 담당자, 또는 '고급' 신문과 주간지에 기고하는 비평가나 작가적 저널리스트 혹은 저널리스트적 작가들이다) 생산자인 아욱또르(창조자, 쓰는 사람)와 정통적 재생산자인 렉또르(해설자, 읽는 사람)ㅡ대량보급수단인 매스미디어를 지배함으로써 얻게 되는 특정 분야에서의 권력을 보유하지 못한다면 문화매개자들은 이들(아욱또르와 렉또르)에 대하여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없다ㅡ와의 이중적 경쟁에 직면하여 정통적 문화와 매스미디어에 의한 대량 보급 생산을 매개하는 일련의 장르('단편', '에세이', 증언' 등과 같은)를 발견했다.

 

  고오급 신문에서 한 번 소름돋았고 단편소설에서 두 번 소름돋았고 에세이에서 세 번 소름돋았다. 한겨레21과 안녕 주정뱅이 등의 소설과 최근 읽었던 서점 관련 에세이들이 영화 필름 돌아가듯 뇌리에 스쳐 지나간다. 특히 마지막에서는 서점을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구분하던 어떤 프랑스 기사가 선명히 떠올랐다. 아아! 싸게 책을 살 수 있으면 된 게 아니었다. 책의 품질도 아니고 바로바로 서점에 근무하는 사람이 서점의 건물주인지 아닌지, 서점을 찾아오는 고객의 클라스가 부르주아인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했던 것이다. 신자들의 신앙체험 증언들이여! 그 쓰레기들을 담아내기 위해 수없이 낭비되는 종이와 베어지는 나무들이여! 그 저자들만큼 환경에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니라!

 

 

개인적 경험을 계급에 공통된 유적 경험의 특수한 사례로 부각함으로써 개인적 경험을 비개인화하는 '정치화'의 조작과는 반대로, '도덕화'와 '심리화'의 조작은 경험을 개인화하고, 그런 점에서 종교적 구원의 추구가 다소간 세속화된 형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비개인화하는 정신분석적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현대적 도덕은 분석이라는 구실로 대상을 도덕화하는 심리학적 유포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누가 죽거나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매스컴과 웰빙에 대한 찬미에 세뇌되어 있던 사람들은 시스템의 잘못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거부한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합의금을 받고 일을 끝낸다.
 그러나 (물론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라서)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아픔을 치료'하지 않고' 심리전문가들이 여기저기 나서서 트라우마에 대한 글들을 쓴다.
 그 책을 읽고 사람들은 "나 힐링받았어요"하며 좋아한다.
 이 무한루프를 최근 정혜신이 깼다.
 이 분이 없었다면 사태는 아마 세월호 전 용산 혹은 기아처럼 되지 않았을까?

 

 지금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한때 신의진이 육아 관련 서적들을 잘 써서 유명했었다. 백과사전 같은 두꺼운 책을 쓰니까 정치나 사상을 감출 수 없어서인지 점점 글이 이상해졌었다. 강한 제재로 아이를 다스려야 한다는 글로 인해 아이한테 절대 매를 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부모들이 불매운동 비슷한 걸 벌인 적도 있었다. 결국 신의진은 새누리당으로 입당했었다. 지금쯤이면 새삼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애를 공부 빡세게 시켜서 좋은 대학 보내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안 낳는게 최고지만.) 차라리 성경 시편과 잠언 구절들을 읽고 또 읽어서 외우게 한 다음 마음에 새겨서 인성을 키우는 게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인생에서 중요한 게 줄 잘 서는 거랑 친구 잘 사귀기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마음이 비뚤어져 있으면 둘 다 잘 안 되더라.

즉 칸트의 저작에서 보면 혐오는 공포의 감정 속에서 누구에게나 공통된 동물성을 발견하는데, 이런 동물성의 위에서 그리고 그 동물성에 대항하여 도덕적 탁월성이 구성된다.

 예를 들어 이 책은 여성혐오를 혐오하는 움직임(오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을 혐오하는 진지충)에서도 벗어나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대립은 청년과 노인의 대립과 비슷하다는데 이게 맞는 것 같다.

 

즉 정신분석은 유적인 메커니즘을 기술하지만 개인의 원체험의 단일성 속으로 귀착시키는 것을 공인하고 장려하는데(반대로 사회학은 그것이 개인적인 것을 유적인 것, 일반적인 것으로 환원하지 않는 한 별로 큰

저항을 야기하지 않는다), 정신분석은 이 자아숭배의 현대주의적 변종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후반 넘어가니 아주 대놓고 정신분석을 깐다 ㅋㅋ 사회학 겁나 찬양하네 우와 ㅋㅋㅋ

 사실, 사회학에서의 분석방법론을 크게 나눠보면 "질적방법론"과 "양적방법론" 인데 사회학은 주로 "질적방법론"에 있어서 집중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정신분석과 비슷한 요소가 나타날 수 밖에 없고 "양적방법론"을 취하면 통계 사기극으로 빠지게 되니 별반 차이도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나? 나는 이 책을 보고 질적 양적 방법론과 변산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

았지만(...) 이 사회학자는 아주 분명하게 정신분석을 싫어한다는 건 확실하게 알았다. 대체 이 책 편찬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무슨 소릴 들으며 살았을까 걱정이 될 만큼 노골적이다. 그런 수준이니 학계에 대한 비판은 가려서 보자.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851070FBC86C544C->클릭하면 Pink Floyd- The Wall 앨범 전곡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출판된 시절 어떤 간호사의 생활을 들여다보기로 하겠다. 

 

 성별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지만 사강의 책을 샀다는 걸 보면 십중팔구 여자다(...)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딱히 길고 지루한 글들 사이에서 갑자기 펄핑크 빛으로 튀어나온 핑크 플로이드가 반가워서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취향으로 사생활의 상당히 많은

 걸 추론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믿거나 말거나. 흠흠. 

 

그녀는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하는데 그들의 레코드도 한 장 갖고 있다. 하지만 '단지 피상적으로 좋아할 뿐이다.' (...) 독서로는 주로 소설인데, 최근에는 '한 스인이 쓴 네팔에 관한 책', 사강 소설 모두, 보리스 비앙과 그에 대한 많은 글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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